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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비겁함이 아니라 힘이다

단단한 마음의 품격 | EP.06

by 마리엘 로즈


침묵은 소리를 잃은 것이 아니라,
울림을 더 크게 품는 또 하나의 언어다.



말보다 더 큰 힘



우리는 종종 침묵을 비겁함으로 오해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
대답을 피하는 사람을 보며
의지 없고 소극적이라 단정해 버린다.

그러나 침묵은 단순한 부재가 아니다.


바람이 멈춘 바다 위에 고요가 찾아오듯,
침묵 속에는 또 다른 얼굴이 있다.


비겁한 침묵이 있는가 하면,
존엄을 지키는 침묵도 있다.

그리고 그 둘을 가르는 경계는
말할 수 있음에도 말하지 않는 선택이다.


그 절제는 약함이 아니라,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는 내적인 힘에서 비롯된다.


멈춤이 주는 품격



모든 말은 힘을 갖는다.


그 힘이 때로는 날카롭게 상대를 찌르고,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성급한 파도가 바위를 때리듯,
말은 순간을 시원하게 만들지만
그 뒤에 남는 것은 후회일 때가 많다.

침묵은 그 순간을 멈추게 한다.


달아오르는 마음의 불길을 식히고,
상대의 말이 고요히 머물 자리를 비워 준다.


멈춤으로 생겨나는 그 간격이
곧 품격이 된다.


마치 잠시 고요해진 숲이
더 깊은 울림을 품듯이.



관계를 지키는 힘



말로 이기려는 순간,

관계는 쉽게 흔들린다.


옳음을 증명하는 말은
당장은 이기는 듯 보이지만,
결국 상대의 마음을 잃는다.


침묵은 관계를 지키는 또 다른 방식이다.

굳이 따지지 않아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진실은 스스로 무게를 갖고 드러난다.


때로는 말하지 않는 태도가
파도 너머에 남는 잔잔한 물결처럼
오래도록 설득력을 지닌다.

침묵은 스스로를 지키면서도
상대를 존중하는 단단한 선택이다.


그 선택 속에서 관계는 숨을 고르고,
다시 이어질 힘을 얻는다.



오래 남는 목소리



결국 침묵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 같아도
그 자리에 남겨진 태도와 기품이
말보다 오래, 깊게 울린다.

침묵은 비겁함이 아니다.


그것은
언어를 넘어서는 힘이며,
관계를 지키고,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가장 품격 있는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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