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하고 교묘한, 그 사이에 서서

나를 이해하는 작은 기록 | EP.08

by 마리엘 로즈


나는 감정을 곧장 드러내지 못할 때가 많다.


무감각해서가 아니라,
아주 미세한 흔들림에도

먼저 마음이 기울기 때문이다.


눈빛의 결,
말끝의 온기,
침묵이 흘러가는 방향.


그 섬세한 흐름을 좇다 보면
진심이 드러나는 순간도 있고,


때로는 내가 지레 해석했음을
늦게야 깨닫는 순간도 있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미묘한 틈을 살피며 길을 찾으려 한다.


내게 ‘교묘함’이란 요령이 아니라,
서툼 끝에 남겼던 상처에서 배운
조심스러움의 다른 이름이다.




나는 말을 아낀다.


화려한 수식으로 감추지도 않고,
무심한 말로 상처 주지도 않으려 한다.


오래 바라본 뒤,
가만히 내놓는 한 문장.


그 문장이 혹여 차갑게 들릴 때면
내가 선을 넘지는 않았는지
먼저 나를 돌아본다.



사람들은 종종 내게 말한다.


“따뜻한데 묘하게 날카롭다.”


그 말을 들을 때면 기쁘면서도,
내 의도가 올곧게 전해졌는지
다시금 내 안의 저울을 들여다본다.

나는 감정을 감추지 않되
넘쳐 흘러내리지 않도록 배우는 중이다.


관계에서도, 글에서도
타이밍과 농도를 가늠하는 법을 익히려 한다.




겉은 단정해 보여도
내면에서는 늘 수정과 고침이 이어진다.


옳다고 믿었던 것을
차분히 내려놓고,
더 단정한 자리에 다시 앉히는 과정.




결국,


나는 다정함으로 다가가되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남고 싶은 사람.

아직은
배우는 중인 사람.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상처 대신 온기를 남기고 싶어
서툴지만 다시 배우는 사람.


그 배움조차
내가 지키고 싶은 품격의 한 부분이라 믿는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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