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진짜 그래?
몰라... 나는 그렇던데?
첫 모금은 늘 조금 서둘러요.
기다림의 시간 동안 쌓인 기대가
입안보다 마음으로 먼저 달려오니까요.
그래서 첫 모금은 낯설어요.
‘이 맛이었나?’ 싶은 순간,
기대와 현실이 아주 살짝 어긋나 있죠.
ㅡ
그런데 두 번째는 달라요.
이젠 아는 맛이니까,
조금 느긋하게 천천히 마시게 돼요.
향이 보이고
온도가 느껴지고,
‘아, 오늘의 커피는 이렇구나’ 하고
비로소 여유가 생기죠.
사람 사이도 그런 것 같아요.
처음엔 조심스럽고,
두 번째부터는 조금씩 편해지고,
그때부터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는 거죠.
ㅡ
내 브런치북의 제목을 정할 때 잠시 망설였어요.
“정말 커피는 두 번째가 더 맛있을까?”
글쎄요...
나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내 하루가 그렇더라고요.
첫 모금은 기대고,
두 번째는 여유예요.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나는 오늘도 하루를 천천히 마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