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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밥 먹는 날은 반찬이 많다

커피는 늘 두 번째가 더 맛있다 | EP.04

by 마리엘 로즈


혼자 밥을 차리면
괜히 반찬이 많아진다.

누가 함께 먹을 때보다
더 정성스럽게 만든 뒤,
그릇도 괜히 더 예쁜 걸 꺼낸다.


달걀은 노른자가 터지지 않게 굽고
김치는 살짝 눌러 노릇하게 볶는다.


아마 ‘혼자라도 잘 먹고 싶다’는
마음 때문일 거다.


아니, 어쩌면
‘혼자라도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일지도.


그리고...

가장 중요한 메인 요리인
식탁 위에 고요가 반찬처럼 놓인다.

사람들은 외로울 때 입맛이 없어진다고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반대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밥상이 풍성해진다.


내가 나를 대접하는 방식이
점점 더 섬세해진다.

젓가락으로 반찬을 옮길 때마다
조용한 위로가 따라온다.


누구도 챙겨주지 않아도 괜찮은 저녁,
그 안엔 묘한 단단함이 있다.

어쩌면 그건
누군가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나를 다시 데워주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오늘 반찬은 세 가지.
달걀말이, 김치볶음, 그리고 고요.


그 고요가,

이상하게도 제일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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