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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할 땐 이상하게 하늘이 예쁘다

커피는 늘 두 번째가 더 맛있다 | EP.02

by 마리엘 로즈


급하게 나오는 날엔 꼭 그래요.


신발끈은 엉키고,

버스는 눈앞에서 떠나죠.


엘리베이터 버튼을 연달아 눌러도
숫자는 좀처럼 내려오지 않아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런 날엔 하늘이 더 예뻐요.


햇살은 막 깨어난 공기 위에서 반짝이고,
길가의 나무는 괜히 더 초록이에요.

급할수록 세상이 천천히 보여요.
아마 마음이 나보다 느린 탓이겠죠.

사람 마음이란 게 참 웃겨요.


시간에 쫓기면서도,
그 와중에 하늘 한 번 올려다볼 여유는 있거든요.


지각은 늘 불안한데,
그 하늘은 꼭 평화로워요.


마치...


“괜찮아, 조금 늦어도 돼”

하고 속삭이는 것처럼요.

그래서 요즘은 조금 늦을 때도
굳이 뛰지 않아요.


늦어도 괜찮은 순간이 있다는 걸,
그 하늘이 매번 가르쳐주니까요.

지각에도 나름의 미학이 있다면
아마 ‘멈춤 속의 풍경’일 거예요.


조금 늦게 도착하더라도,
예쁜 하늘을 봤다는 사실 하나면
그날 하루는 이미 나쁘지 않아요.


때로는,

늦게 본 하늘이 더 오래 기억에 남거든요.



햇살이 물감처럼 흩어지고,
바람은 캔버스를 스치는 붓 같아요.

지각 중에도 마음 한켠은,
그 하늘을 그리던 빈센트를 닮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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