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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배터리보다 마음이 먼저 닳을 때

커피는 늘 두 번째가 더 맛있다 | EP.03

by 마리엘 로즈


요즘은 휴대폰보다
내 마음이 먼저 방전된다.

대화창은 켜져 있는데,
대화는 이어지지 않는다.


충전기를 꽂아도
표시등이 켜지지 않을 때가 있다.

배터리가 아니라,
의욕이 다 떨어졌을 때다.

사람들은 예민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냥 조금 지쳤을 뿐이다.

하루 종일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마음은 단 한 군데에도 닿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은....


잠깐이라도 ‘비행기 모드’를 켠다.
세상과 연결을 끊고,
나 혼자만의 전원을 내린다.

알림음이 사라진 고요 속에서야
마음이 다시 숨을 쉰다.

다시 세상으로 돌아가기 전에
충전이 필요한 건,


기계가 아니라 나였다.



잠시 꺼두어야,
다시 살아나는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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