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늘 두 번째가 더 맛있다 | EP.05
카페에 들어서면
나는 망설임 없이 창가로 간다.
햇살이 비스듬히 떨어지는 자리,
누군가의 뒷모습이 멀리 보이고
거리에선 바람이 사람들을 스친다.
나는 그 모든 걸 구경하듯 바라본다.
세상과 나 사이에 투명한 유리가 하나 있는 게 좋다.
내가 완전히 속하지 않아도,
충분히 가까이 있다는 느낌.
커피 머신의 김이 하늘거리고,
빵 굽는 냄새가 유리창을 건넌다.
가끔은 커피보다
그 유리창 너머의 풍경이 더 따뜻하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의 표정,
바람에 흩어지는 대화의 조각들,
그 사이로 흘러가는 오후의 시간들.
누군가는 나를 혼자라고 보겠지만
사실 이 자리는,
가장 나답게 존재할 수 있는 자리다.
밖은 늘 움직이는데
나는 그 사이에서 잠시 멈춰 있다.
세상은 여전히 분주하지만
이 커피 한 잔만큼은
나의 속도로 식어간다.
창가 자리에 앉으면
늘 마음이 투명해진다.
바깥의 햇살이 내 안쪽까지 닿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오늘도,
세상을 바라보며
나도 조금씩 투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