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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무 계획도 없는 밤

커피는 늘 두 번째가 더 맛있다 | EP.07

by 마리엘 로즈


오늘은 아무 계획도 없는 밤.


금요일인데도 약속이 없다.
그래서 오히려 좋다.


오랜만에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는 밤,


마음이 비로소 제 속도로 흐른다.



집 안은 고요하고,

창밖은 조금씩 어두워진다.


누군가는 불 켜진 거리로 나가겠지.


나는 그 불빛을 멀찍이서 바라보며
내 안의 소음을 조금씩 낮춘다.


냉장고의 낮은 진동음,

창밖의 자동차 소리


그리고

내 마음의 잔잔한 웅성거림까지.


모두 천천히, 저물어간다.


오늘은 나를 ‘채우는 시간’이 아니라
그냥 ‘비워두는 시간’으로 두기로 했다.


생각도...

감정도...

해야 할 일도
잠시 멈춰 세운다.



탁자 위엔 식지 않은 차 한 잔.


책은 펴지지 않았고,
음악은 조용히 흐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데
시간은 아주 천천히, 부드럽게 흘러간다.

가끔은 이렇게 아무 일도 없는 밤이
가장 평화로운 선물일 때가 있다.


누군가는 ‘허무하다’고 말하겠지만
나는 이 허무 속에서
비로소 나를 다시 느낀다.


아무 일도 없는 밤이

이렇게 다정할 수도 있다는 걸,


오늘 새삼 배우고 있다.



오늘은 아무 계획도 없지만,
그게 오늘을 가장 잘 보내는 방식 같다.


불빛이 꺼지고 나서야
비로소 내 하루가 고요히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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