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늘 두 번째가 더 맛있다 | EP.06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일기는 정말 일기장에만 써야 하는 걸까.
요즘 사람들은 손글씨보다
화면 속 기록에 더 익숙하다.
사진을 올리고, 짧은 문장을 남기며
그걸 하루의 기록처럼 살아간다.
ㅡ
나도 그렇다.
이 글이 어쩌면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일기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쓰는 동안엔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는다.
그저 나와 대화하듯,
나를 설명하듯 한 줄씩 적는다.
그래서일까.
누가 읽어도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쓰는 글이
가장 진심일 때가 있다.
오히려 아무도 읽지 않는 일기장보다
더 솔직한 고백이 되기도 한다.
ㅡ
어쩌면 일기의 자리는
종이 위가 아니라
마음이 가장 조용한 곳일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그 마음 한쪽에 쓴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듯,
하지만 누군가 꼭 읽어줬으면 하는 글을.
아마 잊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잊어도 괜찮기 위해 쓰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마음의 여백에 작은 문장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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