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흔들림은 살아 있다는 증거다

단단한 마음의 품격 | EP.13-1

by 마리엘 로즈


흔들림은 약함이 아니다.
흔들림은 마음이 아직 반응할 능력이 있다는 신호다.
완전히 식은 감정은 흔들리지 않는다.
흔들리는 마음은 그 자체로 살아 있는 마음이다.



흔들림의 본질



흔들림은 생명의 방식이다.

새 잎은 미세한 바람에도 떨리고,
숨을 쉬는 가슴은
아무 말 없이 오르내린다.


흔들리지 않는 것은
움직임을 잃은 것뿐이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말 한 줄,
잠깐의 침묵,
움찔하는 표정 앞에서
마음이 요동했다면-


그 마음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뜻이다.



심리학적 근거



심리학은 말한다.


감정이 식을 때 반응도 멈춘다.


반대로
서운함 · 기대 · 아쉬움 · 미련 · 동요 같은 것들은
감정이 여전히 작동 중일 때만 일어난다.

완전히 끝난 사람 앞에서는
흔들릴 이유조차 없다.


무반응은 감정이 소멸했음을 뜻하지만
흔들림은 감정이 아직 생존해 있음을 보여준다.

흔들린다는 것은
감정이 남아 있다는 생리적 반응이다.



인간다움의 구조



사람은 이성과 감정,
두 세계가 동시에 존재하는 존재다.

이성은 방향을 세우고
감정은 그 방향을 흔든다.


흔들림은 고장도 아니고 결함도 아니다.
그보다는 인간 마음의
정상적인 구조에 가깝다.


해야 한다는 생각과
지금 느껴지는 감정 사이에서
생겨나는 진동.

그 미세한 떨림이
바로 사람다움이다.



반복 속의 성장



흔들렸다는 사실만으로
스스로를 나무랄 필요는 없다.

사람은 반복을 통해 성장한다.


다짐을 지키지 못하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며
그러고 나서야 중심을 배우기도 한다.

흔들림을 통과한 마음은
그만큼 깊어진 마음이다.

흔들리지 않는 침묵 속에서는
단단함이 자라지 않는다.
흔들린 자리에서
비로소 내면의 무게가 생겨난다.



흔들림의 품격



단단함은
흔들림이 없는 상태를 말하지 않는다.


흔들린 뒤에도
천천히 제자리를 찾아오는 마음,
그 회복의 힘이 단단함이다.


완벽한 사람은 흔들리지 않겠지만,
단단한 사람은
흔들릴 때마다 조금 더 자신을 배워간다.


흔들림은 약함이 아니라
여전히 느낄 수 있고
여전히 사랑할 수 있고
여전히 살아 있는 마음의 표시다.


흔들림은 감정이 아직 작동하고 있다는

가장 조용한 증거다.




















keyword
금, 일 연재
이전 12화순간을 거르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