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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거르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

단단한 마음의 품격 | EP.12

by 마리엘 로즈


섣부른 판단을 멈추는 순간,
마음은 비로소 단단해진다.


우리는 늘 너무 빨리 결론 내린다.


말 한 줄, 표정 하나,
어색하게 스쳐 지나간 침묵만으로도
사람을 단정하고

관계를 규정하고,

마음을 닫는다.


눈에 보인 것이 전부라고 믿던 때가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 순간의 나는,
상대보다 내 불안부터 판단했던 것 같다.


단단한 사람은 조금 다르게 움직인다.
먼저 판단하지 않는다.
아니, 판단을 늦출 줄 안다.

그 느린 태도 속에
품격이 있다.



성급한 결론은 언제나 가장 얕다



우리가 빨리 판단하려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불확실함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애매한 순간을 견디지 못해
급하게 의미를 부여하고

이유를 찾고
상대를 한 줄의 결론 안에 넣어버린다.

나 역시 그런 조급함 때문에
누군가를 오해했던 적이 있다.


하루 종일 마음이 괜히 서늘했고
그 사람의 말투 하나로도
스스로 상처를 만들어냈다.


한 장면이 전부가 아니고
한 문장이 본심이 아니며
한 실수가 그 사람의 전체가 아니다.


빠른 판단은
대부분 틀린 곳으로 흘러간다.
사람은 단면으로 알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단단한 사람은 판단보다 ‘관찰’을 선택한다


감정이 흔들려도
의심이 스쳐도
단단한 사람은 먼저 멈춘다.

나 역시 이제는
한 걸음 늦춰 보려고 한다.


내 안에서 성급함이 튀어 오를 때,
그 순간이 바로 ‘멈춰야 할 때’라는 것을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다.

단단한 사람은 속으로 이렇게 묻는다.


“혹시 내가 모르는 사정이 있을까?”
“이 장면만으로 결론 내리는 건 아닐까?”
“내 감정이 판단을 흐리는 건 아닐까?”


이 질문 하나가
관계를 살리고

나를 지키고
품격을 만든다.

판단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판단을 미루는 힘은
단단한 사람만이 가능하다.



단단한 품격은 ‘여유의 간격’에서 드러난다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작은 틈이 있다.


서운함과 이해 사이,
오해와 진심 사이,
말과 의도 사이.


예전엔 그 틈을 빨리 메우고 싶었다.


오해가 생길까 봐,
버려질까 봐,
관계가 금방이라도 기울까 봐.

하지만 단단한 사람은
그 틈을 서둘러 메우지 않는다.


그 틈을 견디고 나면
내가 숨을 고르는 동안
상대에게 설명할 시간을 주게 되고
비로소 진짜 감정을 정리할 여유를 갖게 된다


그 여유의 간격이
관계를 구하고
내면의 중심을 지키고
삶의 온도를 단정하게 만든다.



판단을 늦추는 것은 나를 보호하는 일이다



판단을 미루는 힘은
상대를 위한 배려인 동시에
나를 위한 사랑이다.

서두른 판단은
내 감정을 다치게 하고
마음을 어지럽힌다.

혼자 내린 성급한 결론은
마음을 먼저 다치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느린 판단은
내 중심을 지켜준다.

그 중심이 지켜질 때
우리는 비로소
품격 있는 선택을 한다.




결국, 단단함은 느린 마음의 기술이다



단단한 사람은
쉽게 말하지 않고,
쉽게 단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안다.


사람의 마음은 늘 움직이고,
관계는 한 장면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걸.


그래서 단단한 사람은
판단을 늦추고
평가를 유보하고
시간에게 기회를 준다.

그 느림 속에서
관계는 단정해지고
마음은 고요해지고
삶은 품격을 얻는다.

그리고 나 역시
그 느림을 배우는 중이다.


조급함이 올라오는 순간,
그때야말로
내 마음을 지켜야 하는 때라는 걸
조금씩 천천히 알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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