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마음의 품격 | EP.11
모든 강인함은
어딘가 한 번쯤 비어 있었던 자리에서 자란다.
결핍의 의미
우리는 풍요 속에서 자라지만
단단함은 언제나 결핍 속에서 피어난다.
모든 것이 채워진 자리에서는
깨달음도 성장도 더디다.
채워진 마음은 편안하지만,
텅 빈 마음은 그 안에서
스스로의 의미를 찾아 헤맨다.
결핍은 부족함이 아니다.
삶이 스스로를 단련하기 위해
남겨둔 여백이다.
비어 있는 시간,
멈춘 기다림,
그리움의 자리.
그 침묵 속에서
우리는 종종 버려진 것 같다가도
문득, 자신이 조금 더 단단해졌음을 느낀다.
풍요는 감각을 무디게 만들고,
결핍은 감각을 다시 예민하게 한다.
무언가가 없을 때,
비로소 우리는 존재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결핍은 그렇게
‘느끼는 능력’을 되돌려준다.
ㅡ
결핍이 주는 감각의 회복
18시간의 단식 후,
아침 첫 끼로 먹은 사과 한 알.
그 한 조각이
그렇게 달 수가 없었다.
그 달콤함은 단순한 맛이 아니었다.
기다림이 시간을 숙성시켰고
그 사이 잠들어 있던 감각이
조심스레 깨어났다.
결핍의 시간은 불편하다.
때로는 외롭고,
가끔은 불안하다.
하지만 그 불편함 속에서
삶은 다시 나를 깨운다.
허기의 순간은 고통이 아니라,
‘아직 살아 있구나’ 하고 느끼게 하는 온도다.
결핍은 우리를 민감하게 만든다.
작은 온기에도 마음이 움직이고,
사소한 순간에도 감사가 깃든다.
그 예민함이야말로
단단함의 시작이다.
ㅡ
결핍에서 단단함으로
단단한 사람은 결핍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비어 있는 공간을 감내하며,
그 안에서 자신을 다시 세운다.
그에게 결핍은 결핍이 아니다.
내면을 다지는 시간이며,
자신의 중심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달지 않은 커피 한 모금,
늦게 핀 꽃 한 송이,
그리고
18시간 만에 먹은 사과 한 조각.
그 모든 것들이 조용히 말해준다.
결핍은 불행의 전조가 아니라,
존재가 깊어지는 통로라고.
ㅡ
결국 단단함은 넘침이 아닌
부족함을 견디는 힘에서 자란다.
비워야 단단해진다.
하지만 그 비워짐이
언제나 고요한 건 아니다.
때로는 외로움이 스치고,
가끔은 흔들림이 찾아온다.
그럼에도 나는 안다.
그 흔들림조차
나를 더 깊게 만들어간다는 걸.
그래서 오늘도,
모자람을 두려워하지 않으려 한다.
결핍은 우리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오히려 삶을 더 깊이 느끼게 하는,
가장 조용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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