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난 이미 알고 있었다

[Muzi-Series] EP.03 이미 이길 줄 알고 들어간 승부

by 마리엘 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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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zi-Series] EP.01




“플랜 어떻게 짰냐니까?”


"아...그렇지.플랜 얘기하다 말았지."

수능 만점자도 자기 플랜 덕분이라고 했으니까.
그 정도면 뭐, 플랜은 필수 중의 필수지.


그 얘기라면 내가 특별히 너를 위해서

여기에 더 자세하게 풀어놨어.

그걸 참고하면 될거야.



하지만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그게 아니야.
이건 더 짜릿한 이야기야.

“짜릿하다니? 무슨 재미있는 얘기길래?”

재미있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나한테는 진짜 짜릿한 순간이었어.

왜 있잖아.
이길 줄 알고 들어가는 승부.

“그거야 알고 보는거니까 그런거지. 더 재밌잖아.”


맞아.
나는 우리 애가 이길 줄 알고 있었어.
그래서 더 천천히, 여유 있게 갈 수 있었던 거야.

이건 우리가 그동안 열심히 달렸다는 증거이기도

했으니까.

물론 중간에 흔들린 적도 있었지.
근데, 그날만큼은 이상하게 확신이 있었어.


“아 진짜, 뭐야~ 궁금하잖아! 그만 뜸 들이고 얼른 얘기해봐!”



그날은 3월 중순,

고등학교 첫 학부모 총회 날이었어.
간단한 1:1 상담도 함께 진행됐고,
엄마들은 반마다 줄줄이 앉아 상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지.

한 명씩 상담하러 들어가는데
딱 봐도 분위기가 느껴지더라.

보이지 않는 줄, 서열.


어느 아이가 상위권인지,
어떤 엄마가 전교권인지,
선생님의 표정, 말투, 상담 시간으로 다 드러났거든.


이게 고등학교구나,느껴지는 긴장감

아니 위압감인가.

나는 여기서 몇 번째일까...

“와... 진짜 그 정도야?”


응.
우리 아이 중학교 전교 1등 아이도 같은 반이었는데,
그 엄마가 들어갈 땐
선생님 표정부터 달라지더라.
진심으로 환하게 맞아주고, 얘기도 길고.

그래서 생각했지.
‘아, 역시 걔는 배치고사도 잘 봤구나.’


"너 무지 속상했겠다."


근데, 그건 그럴수밖에 없지 않을까...

가능성이 보이는 아이한테 할 말이 많을테니까.

한 명씩 이름 불릴 때마다 줄이 점점 줄어드는데,
나 혼자 막 머릿속이 복잡한 거야.


그 짧은 순간에도
나는 속으로 멘트를 수십 번은 고쳤던거 같아


‘잘 부탁드린다고 해야하나 ’
정말 열심히 지도하겠습니다...이건 너무 식상하고.'
‘앞으로 잘할테니까 지켜봐달라고 하는건 좀

건방져 보일 거같고...'
이런 말들을 혼자 중얼거리면서 계속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어.




그리고,

드디어 내 차례가 왔지.


나는 조용히 맞은편 상담 테이블에 앉았어.

선생님은 아이가 조용한 편이라며 태도에 관한

이야기부터 하시길래 내가 조심스레 물었어.

“선생님, 혹시 배치고사 성적 좀 알 수 있을까요?”

기다렸다는 듯 선생님은 종이를 한 장 들춰보시더니,
조금 머뭇거리며 말씀하셨지.
“음...중간쯤이네요. 반이든 전교든. 4등급 정도요.”


근데 그 말을 듣고,
내가 한 말은 이거였어.

그것도 진심으로 기뻐하면서,
“어머, 생각보다 너무 잘했네요.

사실 준비없이 가서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와, 너 진짜 그렇게 말했어?”


응.
니가 들은 그대로.

역시나 선생님은 살짝 당황한 표정이시더라.

그래서 그다음엔 이렇게 말씀드렸지.


“저희 아이는 선행 학습이 되어 있지 않아서,

고등학교 과정을 3년이 아닌 4년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살아보니 인생이 긴데,

거기서 1년쯤 더 걸린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조심스럽게 부탁드렸지.

“혹시 아이가 성적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꼭 칭찬 좀 부탁드릴게요.
선생님께서 해주시는 칭찬을

더 특별하게 여기는 터라,
작은 변화라도 ‘잘했다’고 말해주시면,

그게 아이한테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대박... 내가 선생님이라도 좀 황당했겠다.”


그렇지.

그래서였는지 실제로 상담은 3분여 만에 끝났어.
선생님도 더 할 말이 없으셨을 것 같아.
천천히 가겠다는 엄마한테 뭐라 하기도 뭐하고...

좀 당돌하다 생각하셨을 수도 있지.

하지만 선생님은 경력이 있으셔서 그런지

겉으로 내색은 안하시고 웃으면서 받아주셨어.



“근데...너 왜 그렇게 말한거야?

솔직히 불안하지 않았어?”


안 불안했어.
나는 알고 있었거든.
우리 애가 결국 잘해낼 거라는 걸.

이미 다 준비돼 있었어.
공부 전략도, 습관도,
독서로 다져진 머리도.

그걸 가지고 못 해낸다는 건 말이 안 됐지.

나는 그냥,
그걸 지켜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상담실에서 나오면서
혼자 중얼거렸지.

“선생님, 다음 상담 땐 꼭 서로 웃으면서 뵙겠습니다.”


그 말이, 내 진심이었어
그리고 이건 그냥 믿음이 아니었어.
확신이었지.

왜냐면, 난 알고 있었으니까.
우린 이길 줄 아는 게임판 위에 있었다는 걸.


"두고 봐. 다음엔 내가 제일 먼저 상담 신청할 거야.

그리고 당당하게 들어갈 거야."
그땐 그냥 그랬어.

반은 속상함에, 반은 다짐으로 내뱉은 말이었지.


그런데 인생이란 게 참 알 수 없더라.
그 말이 진짜가 될 줄은, 그때의 나도 몰랐으니까.



“너...이거 다 지어낸 거지?”



나도 제발 그랬으면 좋겠어.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이 글 보실까 봐

사실 너무 걱정돼.


나 이미지 급추락이라고!!



그리고 집에 가서
그날 이야기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아이에게 들려줬어.


그랬더니, 아이가 뭐라고 했는 줄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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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아까 플랜 얘기한 거 기억나지?
이건 상위권이라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내용이라 꼭 한 번 읽어봐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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