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해,제발

[Muzi-Series] EP.04 생각이 멈추고, 눈앞이 하얘졌던 기억

by 마리엘 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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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zi-Series] EP.03




"아니 애가 막 화낸거 아냐?
쓸데없는 얘기하고 왔다고."


"그치 보통이라면 그렇게 반응하겠지?"

우리 애는 내 얘기를 듣더니 이러더라
"4등급? 와!!나 왜 이렇게 잘봤지?"


"허...."


이쯤되면 친딸인증이지.




상담이 이후 부터 우리는 더 박차를 가했지.
아이랑 플랜대로 딱딱 맞춰가면서
하루하루를 거의 기계처럼 살았어.

애는 더 긴장한 만큼
열심히 해보려는 의욕도 컸지.

근데 3월은 또 왜 그렇게 힘든지,
환절기라 피곤하지, 감기환자는 쏟아지지
그래서 건강관리가 1순위였어.

무조건 하교 후에 쪽잠 30분 재우고,
비타민C 챙기고,
플랜 체크하고 복습 루틴 돌리고..

"그 정도면.. 엄마 아니고 코치인데?"

"아니 진짜.
지금 생각해도
내가 우리 애 담당 피지컬 트레이너 +
멘탈 코치+ 타임키퍼였다니까."


다행히 학원을 안 다니니까 순공 시간 확보도 수월했고,
체력관리도 남들보단 나았던거 같아.

근데 이게 진짜 컸어.
건강관리 +순공 시간 확보




그리고 마침내, 3월 모의고사!


범위는 비록 중학교 전 범위라
고등학교 관련 문제는 아니었지만

고등학교 입학 후 첫 실전 시험이었지.



"근데 너네, 모고 준비 하나도 안 했다며."

"그치."
선행 1도 안 했고
내신 준비나 제대로 해보자 하는 흐름이었지.
게다가 배치고사 트라우마까지 있었고.

그래서 나는 아이한테 이렇게 말했어.
"꼴찌해도 돼."

"뭐라고? 너 지금 애한테 그랬다고?"

", 니가 들은 그대로야."


정확히는 이렇게 말했어


"그럼. 꼴찌해도 돼.
그래야 중간고사 때 니가 1등 하면
사람들이 놀랄 거 아냐.
그럼 엄마는 고개 푹 숙이고 나왔던 상담실에
이번엔 어깨 펴고 당당히 인사해야지."
이렇게 너스레도 떨었지.


"하...참.이쯤되면 누구 멘탈이 더 갑인건지 모르겠네."

"하하하.그런가?"

근데 나는 진심이었어.
우린 눈 앞의 시험이 목표가 아니라,
끝까지 가는 게 목표였으니까.
진짜 끝은 수능과 대입이잖아.

그러니 지금 성적? 솔직히 하나도 안 중요했어.



그리고 드디어 3월 모의고사 시험 당일.

다행히도 '꼴찌해도 된다'는 마법의 주문 덕분인지
아이는 비교적 편하게 시험을 봤나봐.
그래도 명색이 시험인데

점수는 궁금하니까 채점은 했지.
채점을 하다보니 답이 안 적힌 문제가 있는거야


"이건 맞았는지 틀렸는지 모르겠네."
내가 중얼거렸어

아이가 문제를 쓱 보더니 이러는거야.
"이건 맞아."

"근데 너 몇 번으로 표시했는지는 기억 안 난다며?"

아이는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거야.
"내가 푼 건 다 맞아."

내가 어이가 없어서 물어봤지.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

아이가 오히려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이렇게 말하더라.


"자기가 푼 문제를 모른다는게 말이 돼?
찍은 건 따로 표시했고
이건 표시도 없고 심지어 앞번호잖아.
그리고 내가 푼 건 틀릴 리가 없어.
시간이 없어서 못 본 뒷 부분이 틀린 거지."




"야,잠깐...잠깐만. 너네 애 나 모르는 새 천재됐어?


"너도 그래보여?
나도 처음에는 순간 그렇게 생각했어.
근데 그건 순전히 독서의 힘이야.
정확히 말하면 독서 후 활동의 힘이고."

"에이~ 책만 많이 읽으면 다 전교 1등이지, 그럼."

"거봐.
너도 독서를 지식으로만 생각하잖아."

책은 많이 읽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읽고 나서 '이건 뭐지?', '왜 이렇게 됐지?'
하고 스스로 물어보는 게 더 중요하더라고.
거기서 메타인지가 자라나거든.

내가 뭘 알고, 뭘 모르는지 정확히 판단하는 감각
그게 바로 메타인지야.
공부를 시켜보니까,
결국 실력을 만드는 건 절대적인 공부량보다
이 감각이더라.

그리고 그 감각을 키우는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독서고.

“아, 그래서 다들 메타인지 메타인지 하는 거구나.”




시험 보고 며칠이나 지났나.

하교 시간 즈음, 톡이 하나 왔어.


[엄마 나 큰일났어!!]
[왜?무슨 일이야?]
[시험결과가 ㅠㅠ]



순간 심장이 철렁했지
... 이번에는 진짜 망했구나.


당황해서 이름도 못 쓴 배치고사때의 기억이

먼저 떠오르더라.


"밀려썼구나!!"


나도 '이번엔 다 밀려썼나 보다' 그 생각부터 들었어

사람은 참 이중적이야
꼴찌해도 된다고 큰소리쳐 놓고는
그래도 속으로는
'그래. 5등급은 나오겠지' 했으니까.'

그나저나 아이가 집에 오면
무슨 말로 위로해줄까, 그 생각만 하고 있었어

아이의 현관문 여는 소리.

그리고,
그표정을 본 순간,

"왜? 울었어?"

정말 무슨 말부터 꺼내야 될지 모르겠더라.

그날, 정말 뭐가 터지긴 터졌지.
내 속이 터졌을지도 모르고,

"뭐야! 여기서 끝나면 너무하잖아."


응, 나도 알아.
근데 여기서 끝내야
다음에 진짜 얘기를 하지.



-> 다음 편은 여기를 눌러주세요.






3년 전,
아이가 톡을 보냈을 때 느꼈던 바로 그 순간을
오늘 다시 경험했어요.

아...
‘발행’이 아니라 ‘삭제’를 눌렀더니,
완료된 글이 한순간에 날아가는

그 믿을 수 없는 현실.

그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뛰는 그 느낌.
손끝은 얼고, 눈앞이 하얘지고-
잊고 있던 그 경험을
오늘 다시 했네요.


누르실 때 부디

천천히, 확인 하시길.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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