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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선 윤일원 Aug 15. 2024

전쟁, 식민지, 그리고 대한민국의 탄생

대한민국 독립사 짧은 소고


2024.8.15.


우리 세대는 산업 세대다. 마을에 신작로가 닦여지고 농지정리가 되고 전기가 들어오고 그렇게 도회지로 탈출하여 고향은 시골이지만 근거지는 도시인 사람들, 그들에게 전쟁 세대가 느낀 공포와 식민지 세대의 나라 잃은 서러움의 경험은 없다.


인간이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경험과 간접으로 보고 듣고 느낀 경험의 차이는 매우 크다. 직접 경험은 삶의 일부로 작용하기에 어떻게든 받아들이고 감내하는 과정을 겪지만, 간접 경험은 현재의 온전한 삶과 비교하여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기에 더욱 끔찍하게 다가온다.


전 세계 육지 표면적의 84%가 식민지가 되었던 시절, 이들의 가르마는 근대화된 국가와 근대화되지 못한 국가의 경계면이었다.



유럽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근대화를 성공시키고 동아시아에 단극을 형성한 나라 일본, 일본은 근대화되지 못한 제국 청나라를 가볍게 물리치고 근대화된 국가의 변방 러시아를 물리치고 드디어 지역 패권을 거머쥔다.


일본은 나라 이름을 일본제국(일제)이라 부르고 한양(조선의 수도, 서울)까지 핵심 영역 안에 둔다.


1910년 왕조 국가 조선이 일본에 식민지가 되자, 이듬해(1911) 중국은 청나라를 신해혁명으로 소멸시키고 근대 국가인 공화국을 탄생시킨다.


우리에게 역사적으로 한민족의 정체성을 갖게 만든 사건이 세 번 있었다.



첫 번째는 몽골의 고려 침략으로 이때 처음으로 ‘민족’이라는 틀이 잡혀 건국 신화가 채집되어 기록되고 고구려와 부여, 신라와 백제가 한 줄기임을 분명히 했다. 두 번째는 청나라가 한양을 점령하고 인조에게 항복 문서를 요구한 때이다. 미개한 여진족에게 항복하였다는 자괴감으로 청나라와 대척점에 있었던 명나라의 후신이라 여기고 ‘소중화(小中華)’라 자처하기에 이른다. 마지막이 일본의 식민지 기간으로 또 미개하다고 여겼던 왜에게 한반도 강역이 식민화되자 강한 독립심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1919년 3월 1일, 식민지국에서 비폭력 독립을 선언한 세계사적 거대한 운동이 발생했다. 잔혹하고 철저하고 세밀한 일본의 핵심 영역에서 벌어진 일이라 의미도 컸을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에게는 ‘독립’이라는 엄청난 내재적 동인으로 작용한다.



한 번 각인된 민족의식은 비가역적이라 한양(서울로 개칭은 1945년)을 뿌리로 거대한 나뭇가지처럼 상해에 임시정부가 들어서고, 만주에 무장투쟁을 하며, 연해주에 독립기지가 들어서고, 하와이에서 독립자금이 모금된다.


1939년 5월, 일본 제국의 변방 끝 내몽골지역 할힌골에 티격태격 소소한 전투가 벌어진다. 일제는 국경선이 할힌골 강 서쪽에 있다 하고, 몽골은 할힌골 동쪽에 있다는 시비지만, 일본의 속내는 바이칼 호수까지 국경선을 확대하여 소련과 중국을 압박하려는 전략이었다.


일본은 쉽게 승리할 것으로 예상하였지만, 소련-몽골 연합군은 전차와 장갑차, 대포, 항공기를 동원하여 일본 관동군을 궤멸시키니, 일본은 더 이상 대륙 침략은 불가능하다 판단하면서 방향을 태평양으로 돌리고 소련은 유럽으로 돌아가 독일과 상호불가침 조약을 맺는다.



일본은 미국 진주만 공습(1941)을 시작으로 필리핀 점령(1941), 인도차이나 남부 점령(1941), 말레이 점령(1942), 인도네시아 점령(1942), 미얀마 점령(1942), 호주 다윈항구 공습(1942) 등등 전선을 끝없이 확대한다.


1943년 12월, 연합국은 일본의 패전을 기정사실화하고 카이로 선언을 하면서 승전국의 대열에 참여할 가능성이 0인 ‘조선’의 독립을 명시적으로 언급한다. 이어 연합국은 포츠담 선언(1945)에서 조선의 독립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미국은 히로시마(1945.8.6.)와 나가사키(1945.8.9)에 원폭을 투여한다.


소련은 독일과 상호불가침 조약을 맺지만, 독일은 소련을 기습공격(1941)하여 전선을 확대하니, 소련은 독일 궤멸을 주도한다. 소련은 얄타회담(1945)에서 독일 궤멸 시 일본과 전쟁에 참여하기로 한다.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된 다 다음날(1945.8.8) 소련은 일본에 선전포고를 하고 대규모 군사작전을 전개한다.



1945.8.15. 드디어 조선은 해방되었지만, 북위 38선을 기준으로 남쪽은 미군이 북쪽은 소련이 주둔하여 군정이 실시된다.


1948년 5월 남쪽은 UN 감시 아래 국민 직접 투표를 통한 제헌 국회가 구성되고, 이어 헌법이 제정되어 대통령을 선출하니, 명실상부한 국가 요건인 국민과 영토, 정부가 구성되어 나라 이름을 ‘대한민국’으로 선포하니 그날이 1948년 8월 15일이다. 이에 북쪽도 1948년 9월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수립한다.


국가도 사람처럼 태어나 이름을 갖고 성장하여 늙고 병들어 죽는다. 2024년 대한민국, 미시적으로는 언제나 시끌벅적 나라 꼴처럼 여기지 않지만, 거시적으로는 파리 올림픽에서 보듯 세계 순위 8위, 인구 대비 Top3 안에 드는 풍요로운 강대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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