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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달리고 싶어졌다.

by 커피마시는브라운



학창 시절 내가 가장 싫어하는 과목 중 하나는 체육이였다. 일주일 중 체육시간이 있는 날은 학교에 정말 가기 싫은 날이였다. 특히 더운 여름에 하는 체육시간은 가장 피하고 싶은 시간이였다. 우리때는 체력장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의 운동능력을 측정했었다. 철봉에 오래 매달리기, 멀리뛰기, 앉아서 팔을 앞으로 숙여서 손이 발가락보다 몇 센치가 나오는지 측정하기, 100m 달리기, 800m 오래 달리기 등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달리기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운동이였다. 매번 꼴찌에서 1-2등을 다투었고 달리기를 잘하는 친구들은 나와는 다른 유전자를 물려 받았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다 대학교를 입학하면서 해동 검도를 배우게 되었다. 검도는 내가 처음으로 제대로 배운 운동이였다. 나는 검도를 하면서 처음으로 운동이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흰띠, 노란띠, 초록띠, 파란띠, 빨간띠, 밤띠를 거치면서 나의 운동 신경도 점점 좋아졌다. 검도장에 붙어 있던 '땀은 날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흔한 문구가 가슴 속에 와서 닿는 경험이였다. 나는 1단 심사를 거쳐서 검은띠를 따게 되었고 방학동안 도장에서 관장님을 도와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부사범도 하면서 2단까지 따게 되었다. 그 이후에 검도는 그만두게 되었지만 검도는 나에게 특별한 운동이였다. 운동이 힘든게 아니라 재미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려주었고 사람들과 함께 운동할때의 유대감과 끈끈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 다음으로 좋아했던 운동은 요가였다. 처음에는 유연성이 없어서 유연성을 키우고 싶은 마음에 시작을 했지만 요가는 내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았다. 요가를 하면서 나는 나에게 집중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고요함 속에서 나의 호흡, 내 몸의 움직임, 불편함, 불균형을 느끼고 그것들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좋았다.




요가를 잠시 그만두었던 사이에 배웠던 수영은 나에게 새로운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을 영법을 차례로 배우면서 한단계씩 성장하는 내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물 속에서 느끼는 세상은 바깥 세상과 달랐다. 물 속에서 비쳐지는 햇살은 눈이 부시도록 반짝였고 그 반짝임을 음미하며 수영을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때로는 유유자적 물살이 이끄는데로 천천히 호흡하기도 하고 때로는 물살을 이겨내려고 거칠게 호흡하기도 하면서 나는 내 인생 최대의 심박수를 느껴보기도 했다.




성인이 되어서 운동을 좋아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생각 속에는 언제나 '나는 달리기 못해, 나는 달리는거 싫어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그러던 내가 24년 가을 갑자기 달리고 싶어졌다. 요즘 여기저기서 런닝이 유행이라고 유튜브 알고리즘에 런닝의 좋은 점에 대한 영상이 많이 떠서 그런걸까. 수영장에 같이 다니는 분들 중 런닝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걸까. 내가 그동안 나에 대해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걸까. 이유야 어찌되었든 나는 달리고 싶어졌고 '나는 25년 10km를 1시간 안에 뛰었다.'라는 목표를 세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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