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다리 괜찮아?"
지난 번 아는 언니와 처음으로 달리기를 했다. 언니 덕분에 1시간을 쉬지 않고 뛸 수 있었고 난생 처음 아침부터 고기집을 찾아가서 삼겹살을 먹어보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사람을 잘 챙기는 언니는 다음 날 나의 안부까지 물어주셨다. 안 뛰던 사람이 갑자기 뛰면 몸 여기저기가 아프고 근육통이 있다던데 사실 다음날 아무렇지 않아서 살짝 놀랬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몸이 많이 건강해져 있었구나. 내가 그동안 몸의 근육들을 잘 사용하고 있었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혹시 이번 주말에 내가 아는 친구들과 함께 달리지 않을래? 마라톤 풀코스도 나가고 잘 뛰는 친구들이라 같이 뛰어보면 너가 도움을 많이 받을꺼야."
러닝 초보 입장에서 러닝 고수분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그럼 일요일 경찰대 앞에서 새벽 6시에 만나자. 오면 연락줘."
"경찰대라구요? 거기 관계자만 들어가는 곳 아닌가요?"
"거기 운동장 트랙이 좋아. 외부인도 출입 가능하니 걱정하지 말고 와."
아산 외진 곳에 경찰대가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곳에서 달리기를 하자니 약간 의아했다. '경찰'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잘못한 것 없이 왠지 마음이 불편한데 경찰대학교로 오라니.
약속 날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났다. 이른 새벽이지만 식구들이 혹시나 깨지않을까 싶어 조심조심 준비를 해서 집을 나섰다. 가는 길 내내 '경찰대에 들어갈 수 있을까?' 살짝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경찰대학교 커다란 교문 앞에 도착하자 경비아저씨가 지키고 계셨다.
"어떻게 오셨어요?"
"저 여기 운동장에서 달릴 수 있다고 해서요. 들어갈 수 있어요?"
소심한 목소리로 달리러 왔다는 말에 아저씨는 쿨하게 차량번호와 이름 전화번호를 적으라고 하고 들여보내주셨다. 어둠 속에서 학교 운동장을 찾아 근처에다 주차를 했다. 언니를 만나서 가볍게 몸을 풀고 있으니 언니의 지인 3명이 오셨다. 두 분은 부부 사이라고 하셨다. 부부가 함께 달리기를 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부부가 달리기뿐 아니라 수영도 함께 하신다고 하셨다. 취미가 같은 부부의 모습은 항상 보기 좋아보인다. 이야기 거리도 많고 공감대도 많이 생기니 말이다. 나머지 한 분은 같은 수영을 다니는 새벽반 언니였다. 이번에 마라톤 하프 코스를 나가신다고 같이 연습을 오셨다고 하셨다.
그렇게 잠깐의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몸을 풀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 분들의 뛰는 모습만 보면 천천히 뛰는 것처럼 보였는데 나는 절대 따라갈 수가 없었다. 언니는 무리하지 말고 뛰라고 했다. 나는 결국 헥헥 거리다가 뛰기를 포기했다. 나는ㄴ 앉아서 그 분들의 뛰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가벼운 듯 보이지만 규칙적인 호흡과 부드러운 몸의 움직임을 갖고 계셨다. 제대로 뛰어봤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내가 그들을 따라가려고 한 것부터 잘못이었다. 나는 숨을 고르고 다시 나만의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트랙을 돌다보니 좋은 점은 어차피 만난다는 것이였다. 한 번씩 만났을때 잠깐이나마 그들의 속도에 맞춰서 달리기를 시도해보고 다시 나의 속도로 돌아오는 식으로 계속 달리기를 했다.
달리기를 하다보니 왜 달리기가 우리 인생과 비슷하다고 사람들이 말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사람마다 달리는 속도가 다른 것처럼 사람마다 살아가는 각자의 속도가 있다. 우리 인생에서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살아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가끔은 날 자극시켜 줄 누군가가 필요하기도 하다. 그런 자극이 없으면 그냥 내 속도에 머물러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만의 속도와 자극 사이에서 적절히 균형을 유지한다면 우리는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달리다 보니 어느새 동쪽에서 멋진 일출이 보였다. 저 멀리 어두운 산속 사이로 붉은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어두운 하늘과 대비되는 듯하면서 서서히 붉은 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내가 오늘 달리기를 오지 않았으면 이렇게 멋진 일출을 볼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