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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후 모닝삼겹

by 커피마시는브라운

새벽 수영 강습 전 혼자 러닝을 연습하고 있는 중이였다. 하루 10분씩만 뛰다보니 좀 길게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혼자 오랫동안 뛸 수 있을까?' 약간의 두려움이 생긴 나는 새벽 수영을 같이 다니는 언니에게 도움을 구하기로 했다. 언니는 러닝을 오랫동안 해오고 계신 분이셨다.


"언니~내일 나 러닝 코치 해줄래요?"

"내가 무슨 코치를 해줘. 그냥 나는 뛰는거 자체를 좋아할 뿐이야. 내일 같이 뛰어볼래?"

"좋아요. 다른 사람과 같이 뛰어보는 것 처음이예요."

"그럼 내일 새벽 6시까지 은행나무길로 와. 뛰다보면 금방 더워지니까 기능성 반팔 입고 가벼운 바람막이도 챙겨서 나와. 처음에는 약간 춥다 할 정도로 입고 뛰는게 좋아. 그리고 갈아입을 옷과 속옷도 가지고 오면 좋을 것 같아."


새벽 수영에 이어서 새벽 러닝이라니. 언니는 10년 넘게 새벽수영을 다니셨다. 수영장이 오전 9시에 문을 여는 일요일에는 새벽 러닝을 하신다고 하셨다. 오랜 기간 꾸준히 새벽에 일어나시는 언니가 대단해보였다.

제대로 된 러닝화도 없었던 나는 그나마 가지고 있는 운동화중에서 가장 편안 것을 꺼내 놓고 잠을 청했다. 처음으로 10분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뛰어볼 수 있는 날이였다. 늦지 않게 일어나야 한다는 약간의 긴장감 속에서 잠이 들었다.





새벽 수영을 다니던 시간과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인지 큰 부담감은 없었다. 나는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고 짐을 챙겨서 집을 나섰다. 집에서 2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은행나무길은 '전국의 아름다운 10대 가로수길'에 선정되기도 한 아산의 대표적인 관광명소 중 하나이다. 우리 집에서 가깝고 차가 다니지 않아서 산책하기에 좋아서 평소에 아이들과 자주 찾는 곳이다. 또 자전거를 대여하는 곳도 있어서 저렴하게 자전거도 탈 수 있다.



사진출처-아산시문화관광과




은행나무길 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5시 55분이였다. 주차장의 깜깜한 어둠 속에서 운동화끝을 다시 조여매고 언니를 찾아나섰다. 은행나무길에는 새벽임에도 제법 사람들이 있었다. 그 속에서 몸풀기를 하고 있는 언니를 금방 만날 수 있었다. 언니는 달리기 전 몸을 푸는 방법부터 천천히 알려주셨다. 언니와 함께 천천히 발을 떼어서 달리기 시작했다.


"지금 이 속도 괜찮아? 조금이라도 빠르면 이야기 해."


언니는 러닝 초보인 날 배려해주셨다. 언니와 이야기를 하면서 달리기 시작하니 생각보다 뛸만했다. 이야기에 집중하다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뛰었다. 어느 덧 해가 차츰 떠오르기 시작했다. 은행나무길 사이의 가로등과 곡교천 너머로 아침이 다가오는 모습은 신비롭고 낭만적인 분위기 자체였다. 나는 처음으로 1시간을 뛸 수 있었다. 같이 뛰는 러닝메이트가 없었으면 내가 이렇게 뛸 수 있었을까?



"달리기 하고 오늘 시간 괜찮아? 처음 뛰면 안쓰던 근육들을 많이 사용해서 아플 수 있어. 이럴 때 목욕탕 가서 풀어주면 도움이 많이 돼."


언니는 처음으로 1시간을 뛴 나를 위해서 목욕탕 코스를 준비해 놓으셨다. 날 데리고 근처에 위치한 목욕탕으로 데리고 가셨다. 그제서야 갈아 입을 옷과 속옷을 챙겨오라고 했던 언니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단순히 땀이 많이 나서 갈아입으려고 챙겨오라고 한 줄 알았었다. 참 오랜만에 가보는 목욕탕이였다.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을 번갈아가면서 나는 달리기를 하면서 뭉친 근육들을 풀 수 있었다.


"아침 먹고 가도 되지? 내가 예전부터 아침에 삼겹살을 먹어보고 싶었거든."


언니는 이번에도 날 데리고 아침에 문을 여는 삼겹살집에 데려갔다. 가게에 들어서자 한팀이 삽겹살을 먹고 있었다.


"저희 우선 삼겹살 3인분 주세요."


그날 나는 처음으로 이른 아침에 고깃집에서 삼겹살을 구워서 먹어보았다. 운동후 목욕탕까지 다녀와서 나는 상당히 허기져있었다. 우리는 뜨겁게 달구어진 불판에 삼겹살을 올리고 삼겹살을 구웠다. 기름이 빠지는 구멍쪽으로는 묵은김치도 올려놓았다. 우리는 노릇하게 잘 구워진 삼겹살을 잘라서 상추에 싸서 먹었다. 아침 시간에 먹는 삼겹살이라니. 운동 후에 먹어서 그런지 평소보다 더 맛이 있었다. 그렇게 나의 첫 장거리 러닝은 언니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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