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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하며 봄을 품다

by 커피마시는브라운

봄날씨는 원래 어느정도 변덕스럽긴 했지만 올해처럼 변덕스러운 적이 있었을까 싶다. 대전은 3월 26일 대전 기상관측을 시작한 1969년 이후로 3월 기온으로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내가 살고 있는 아산도 예외는 아니였다. 3월 26일 낮기온은 27도를 기록했다. 반면 밤 기온은 2도로 온도차가 25도가 났다. 이때문에 많은 목련들은 꽃을 제대로 피우지 못하고 얼어버렸다. 안그래도 짧은 봄을 즐기지 못해 아쉬움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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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chosun.com/national/transport-environment/2025/03/26/VVJQ7S6HJJE4JFDCLJ3USVE6LU/


아산날씨.png <3월 26일 기온차이가 25도나 난다.>



언 목련.jpg <갑작스러운 기온 차이에 얼어버린 목련들>


산책을 하다 얼어버린 목련을 보고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 안그래도 짧은 시간만 피어날 수 있는 목련인데 29도와 영하를 오르내리는 날씨 속에서 목련은 때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을 피우려고 끝까지 노력하고 얼어있는 잎새들과 함께 조화롭게 꽃을 피워낸 목련의 노력이 가상했다. 그런 목련을 바라보면서 우리의 삶도 목련과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잠깐 해보았다.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는 시도를 한다. 우리는 때를 제대로 살피지 못해서 실패를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실패를 껴안고 새로운 도전을 끊임없이 해야한다. 그리고 그때 우리는 우리 삶의 꽃을 피울 수 있다. 우리 삶은 온실 속의 아름다운 꽃일때가 아니라 온갖 시련을 이겨내고 피어낸 이와 같은 목련일때 더 빛이 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꽃을 피워준 목련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50412019600530?input=1195m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4월 11일 금요일이였다. 내일(12일)은 강풍을 동반한 비가 예상되어 있었다. 오늘이 아니면 벚꽃을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25년도의 마지막 벚꽃을 런닝과 함께 즐기고 싶었다. 아이들을 농구 학원에 데려다주고 나는 아산의 명소 중 하나인 신정호수를 찾았다. 바람이 살짝 불긴 했지만 벚꽃을 즐기러 온 사람들로 호수는 북적였다.


나는 가볍게 몸을 풀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길 옆으로 보이는 탁 트인 호수는 내 마음까지 뻥 뚫리게 만들어주었다. 뭘 위해서 나는 이렇게 아둥바둥 사는 걸까. 사실 지나고 보면 사소한 일들인데 나는 그것에 마음을 쓰고 걱정을 하고 화를 내기도 한다. 달리면서 감정이 정리되니 일상 속의 사소했던 감정들도 조금씩 무뎌져갔다.


내 얼굴과 몸을 스쳐지나가는 바람이 날 간질였다. 나는 바람을 느끼며 천천히 속도를 조금 더 높여보았다. 내 몸과 다리에 근육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내 다리의 감각. 나는 운동을 할 때 몸의 감각을 느끼는 기분이 좋다. 그래서 자꾸 운동에 집착하게 되는 것 같다. 몸의 감각을 느낄때 나는 살아있음을 가장 잘 느낀다. 나는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 여기에 있다. 나에게는 지금 현재만 중요하다.


"헉헉헉"


달리다보니 숨이 가빠오기 시작했다. 내 거칠어진 호흡과 함께 덩달아 내 가슴 속 무언가가 터져나올 것 같은 느낌이였다. 묵직하게 내 가슴 속에서 오랫동안 날 짓누르고 있던 무언가가 밖으로 터져나오고 있었다. 그동안 억눌렀던 이 감정을 마구 꺼내서 보고 싶어졌다. 예전에 어느 날 글을 쓰고 싶어졌을때도 내 안의 무언가가 터져나오려고 할때였다. 지금과 비슷한 감정이였다. 이번에도 나는 이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싶다. 잘 꺼내서 잘 다독여서 보내주고 싶다.


'내 안에 감추어두었던 내가 얼마나 많은 걸까. 이제는 내 감정을 인정해주고 표현하고 싶다.'


거리 곳곳에 벚꽃은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마치 오늘을 위해서 1년 동안 준비해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오늘 본 벚꽃과 풍경을 1년 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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