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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밤 중의 소동

by 커피마시는브라운


올해 10km 마라톤에 도전해서 1시간 안에 들어온다는 목표를 세우고 틈틈히 연습 중이였다.

멀리 있는 대회까지 나가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4월 20일에 있는 '제3회 이순신 마라톤 백의종군길 마라톤 대회'에 참가할 계획을 세웠다. 3월 8일 신청을 했고 그 날 당일에 입금까지 완료를 한 상태였다. 하지만 신청만 해놓고 신청이 잘 되었는지 확인한다는 사실을 까먹고 시간이 흘러가 버렸다.



이순신 마라톤.png



'대회까지 8일밖에 안 남았는데 등번호가 왜 아직도 안 온거지? 나 제대로 접수 된거 맞겠지?'


4월 12일 혼자서 벚꽃을 품고 달리기를 하고 온 날 갑자기 접수가 잘 되었는지 의문이 생겼다. 확인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을 챙기다 보니 확인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또 까먹고 말았다. 집안일을 끝내고 잠자리에 눕자 갑자기 머릿속에서 '접수 확인'이라는 문구가 생각났다. 나는 홈페이지에 가서 '신청조회하기'라는 버튼을 눌러다. 이름, 생년월일, 비밀번호를 모두 눌렀는데 접수내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떴다.


'내가 뭘 잘 못 입력했나? 다시 해봐야지.'



접수없음문구.png


나는 당황한 마음에 몇 번이나 이름, 생년월일, 비밀번호를 확인하고 신청조회버튼을 눌러보았다. 하지만 결과는 같았다. 회원님의 접수내역이 존재하지 않습니다'라는 것이였다.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한테 4월 20일 마라톤에 참가한다고 다 이야기를 해놓은 상태였다. 내가 이 마라톤을 참가하지 않는다고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냥 내가 하고 싶어서 참가하는 대회이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와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게 마음에 가장 걸렸다. 상반기 이 대회 10km를 참가해보고 결과에 따라서 '하반기에 10km를 1시간 안에 도전해볼지 하프를 도전해볼지' 결정하고 싶었기때문이였다 혼자 뛰어서 기록을 재보는 방법도 있지만 대회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주는 긴장감과 에너지 속에서 내 기록을 확인하고 싶었었다.


이건 누구의 탓도 아닌 접수를 하고 당연히 접수가 잘 되었겠거니 생각하고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나의 잘못이였다. 밤 11시가 넘은 시간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푹 자는 수밖에 없었다. 마음 속으로는 이렇게 다짐했지만 당장 잠이 올리 없었다. '접수내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구에 나의 감정은 이미 한 번 요동쳤기 때문이였다. 나는 잠시 혼자 앉아서 명상을 하고 잠자리에 누워서 책을 펼쳤다. 나는 현재 나의 상황이 아닌 책에 내 생각을 머무르게 하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하자 요동쳤던 내 마음이 금방 돌아왔다.




월요일 9시가 땡하자마자 전국마라톤협회에 전화를 걸어보았다. 080 번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042 번호로 전화를 해보니 오늘은 오전에 워크숍이 있어서 오후 2시 이후에나 전화업무가 가능하다는 문구가 흘러나왔다. 확인 못한 찝찝한 마음을 또 오전내내 가지고 있어야 했다. 오후 2시에 나는 다시 전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이순신 마라톤 접수를 했는데요 신청하지 않았다고 나와서요. 확인부탁드려요."

"이름과 생년월일 알려주세요."


여자 직원분은 이름과 생년월일을 물어서 나는 대답을 해주었다.


"접수내역이 있는데요. 비밀번호 잘못 입력하셔서 접수내역이 없다고 나온거 같아요."

"네?"


내가 비밀번호를 잘 못 눌러서 이런 해프닝이 벌어진거였다. 홈페이지에서 비밀번호를 잘 못 눌렀다고 알려주었으면 더 좋았으련만. 그렇다면 주말 내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말이다. 아무렴 어떤가. 잘 접수가 되었다니 말이다. 나는 다음 날 등번호를 택배로 받아볼 수 있었다.



등번호 수정.jpg <어렵게 받은 등 번호>



*다음 이야기는 4월 20일 마라톤 참가 경험담으로 찾아뵐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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