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부터 ‘발레’를 좋아했던 나는 발레를 좋아하는 이유가 별다른 게 없었다. 매우 특별하게 생긴 예쁜 옷을 입고 추는 발레리나들의 모습이 예뻤기 때문이다. 그리고 발레리나들이 발끝으로 서서 춤을 추기 위해 신는 토슈즈는 내게 신비롭고 날개를 단 듯한 천상의 슈즈로 보였다.
모든 춤에 관심이 있었던 게 아니었던 나는 발레에는 유독 관심을 보였다. 나의 로망은 딸을 통해서 실천했다. 예체능 교육으로 미술이나 피아노를 먼저 시작했던 다른 엄마들과는 달리 나는 발레 교육을 먼저 시작했다. 발레에 대해서 아는 것은 전혀 없었지만 막연하게 음악과 춤은 하나이니 발레를 배우는 것도 리듬감각을 키우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춤에 재능이 없었던 내게 발레는 그저 꿈의 춤이었다. 핑크색 발레복을 입고 발레를 배우러 다니는 딸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그저 대리 만족을 했다. 내가 발레를 배우게 된 동기는 동생의 권유였다. 운동이 많이 된다는 동생의 말이 믿기지 않으면서도 예쁜 발레복을 입고 토슈즈를 신어보고 싶은 마음에 서서히 마음이 기울었다. 물론 유연성이 떨어지고 춤도 못 추고 발레 체형도 아닌 나는 처음에는 발레를 배우는 것을 망설였다. 그렇게 취미로 시작했던 발레는 한동안 지인들에게 비밀이었다.
환상적으로 보였던 발레는 배우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깨졌다. 우아하게만 보였던 춤이 사실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신체를 극한으로까지 몰고 가 추는 춤이었다. 취미 발레를 배우지 않았다면 그저 환상적인 이미지로만 생각했을 ‘발레’와 ‘발레 무용수’들에 대한 이미지는 깨지고 대신에 그 이면의 노력들과 새로운 시각이 싹트기 시작했다. 무대 위의 백조로 날아오르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을 인내하면서 고된 연습을 해야 하는 인고의 과정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쩌다 발레를 배우게 되면서 어쩌다 보니 무대에 오르는 경험도 했다. 수많은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던 그
과정에서 안무를 외우고 작품을 위한 춤선을 만들어 나가고 음악을 춤으로 표현하는 경험들이 쌓여 작품을 보는 안목이 생기기 시작했다. 무용수들의 움직임에서 관절의 가동성과 근육의 사용, 동작을 유지하는 근력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특유의 아름다움을 보게 되었다. 또 같은 발레 동작이라도 무용수들의 이미지와 신체 조건에 따라 다르게 연출이 되는 것과 작품이나 음악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표현하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작품에 대한 이해와 감상의 깊이가 달라졌다.
오랫동안 나는 발레를 취미로 만나는 것이절대로 드러나면 안 되는 나만의 비밀스러운 존재처럼 꽁꽁 숨겨왔다. "나 발레 배워."라고 말하는 것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철저하게 지켰던 비밀은 어느 새 나도 모르게 소문내고 있었고, 인스타 계정에도 자연스럽게 발레 작품에 대한 해석과 무용수들이 구사하고 있는 동작에 관한 글들을 쓰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매일같이 무용수들과 함께 호흡하고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표현력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아는 최지원 발레 피아니스트(인스타그램@choi_ji_won_piano)가 언제나 내가 쓰는 글들을 따스하게 바라보고 지지해주셨다. 또 한결같이 내가 쓰는 글들을 호응하고 격려해주신 Brain Song(인스타그램@oneel0815)님이 브런치에도 글을 써 볼 것을 권유하셨다.
음악칼럼니스트 김문경(인스타그램@kmk_fm) 선생님을 통해서 발레 작품을 감상하는 시야도 넓어졌다. 여전히 발레리나가 천상의 백조처럼 날개짓을 하고, 요정처럼 공중을 날아다니는 예쁜 발레 작품들을 주로 좋아했던 나는 김문경 선생님 덕분에 새로운 발레 작품을 알게 되고 감상하면서 신세계를 경험했다.
음악가들이 음악을 연주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발레 무용수들이 음악을 만나면 어떻게 표현하는지 알아가는 것이 재미있었다. 직접 하는 발레에 재능은 없어도 그 누구보다도 발레를 사랑하는 나는 발레에 관한 글을 쓰면서 그 마음이 더 커졌다. 점점 넓어진 시야와 안목에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재밌어진 나의 발레 이야기에 여러분을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