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애정은 발레영역으로 확장되었고, 무용수들에게는 늘 반복되는 '클라스'라는 일상에 조금이나 도움이 될 수 있는 음악을 담고 싶었습니다." - 최지원 발레 피아니스트 Vol. 1에서 -
- 한국의 발레 클래스 뮤직 -
발레를 배우고 있다고 말할 때마다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들 중의 하나가 ”발레 배울 때 토슈즈를 신고 배우나요?“, ”발레를 배우면 진짜로 강수진 발레리나의 발처럼 되나요?“ 외에 ”발레 수업시간에 어떤 음악을 듣나요?“였다. 나의 친정 아버지는 ”호두까기 인형 들으면서 하니?“하고 물어보시기도 하셨다.
발레 수업용 음악들은 따로 있다. 기존의 클래식, 팝, 재즈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수집해서 발레 스텝에 맞게 편곡한 음악들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여러 음악과 악보들을 수집해서 편곡하고 연주하는 예술가들은 과연 누구일까. 바로 발레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면서 그들과 함께 호흡하는 연주자들. 발레 피아니스트들이다. 세계 각 발레단이나 발레학교에는 발레 반주를 하는 피아니스트들이 있다. 이 분들의 연주가 발레 무용수들의 몸과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그러나 한국은 과거 15년전만 해도 발레 클래스 뮤직의 불모지였다. 그래서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의 나라에서 무용 음반을 수입해서 사용했다고 한다. 현재 40대의 무용전공자들은 해외에서 수입해 온 무용 음반으로 수업을 받으며 무용을 전공했다고 한다. 그런데 불과 10여년 사이에 한국은 놀라울 정도로 바뀌었다.
K-팝, K-드라마, K-영화처럼 클래식에서도 K-클래식 열풍이 불고 있는 요즘이다. 그런데 발레에서도 K-열풍이 불고 있다. 강수진, 김주원 발레리나가 발레 불모지였던 한국 발레의 1세대로 위상을 높여주면서 ABT의 서희,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박세은과 같은 스타 발레리나들이 줄줄이 탄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한국 발레가 비약적으로 발전을 하면서 마린스키 발레단의 김기민 발레리노, ABT의 안주원 발레리노, 워싱턴 발레단의 이은원 발레리나 등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발레 무용수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으며 국내의 발레 수준도 높아졌다. 임윤찬 피아니스트가 순수 국내파로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 우승한 것처럼 UBC의 수석 무용수 강미선 발레리나가 순수 국내파로서 최초로 브누아 드 라당스 상(세계무용가상)을 받아 연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23년에는 발레를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는 세계적인 무용 콩쿠르인 스위스 로잔 콩쿠르에서 한국인 학생들이 3명씩이나 입상을 하여 해외에서 놀라운 뉴스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처럼 한국 발레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한국의 발레 클래스 뮤직도 함께 성장했다. 그래서 예전에는 해외에서 무용음악을 수입해왔던 한국이 이젠 역으로 수출을 하는 나라가 되었다. 무용음악의 불모지였던 한국에 김은수, 박수연 발레 피아니스트가 1세대로서 씨앗을 뿌려 최지원, 김지현 등 자랑스럽고 뛰어난 발레 피아니스트들이 많이 등장했다. 현재에도 발레 피아니스트들이 계속 배출되고 있으며 각 예술학교와 대학교의 무용과에서 반주를 하는 발레 피아니스트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이제 한국은 문화 강국이다.
한국 발레의 발전과 함께 연일 배출되는 스타 무용수들의 등장은 발레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했으며 더불어 한국의 무용 음악도 발전, 부흥시켰다. 발레의 대중화는 공연예술의 관람 수준도 높였으며 점점 일반인들도 취미로 발레를 배우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취미 발레인들이 늘면서 발레복을 비롯한 발레용품을 파는 발레샵도 늘었으며 유튜브나 멜론,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무용 음악의 음원을 듣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열성적인 발레 애호가들은 발레샵이나 홈페이지에서 무용 음반을 직접 구매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