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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의미

by 매글이


눈물이 많은 나다. 슬픈 장면을 볼 때도, 누군가의 아픔에도 곧잘 운다. 감수성이 풍부해서라고만 생각했었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이가 속상해할 때에도 종종 같이 운다. 남편은 내게는 한없이 자상하지만, 아이들에게는 꽤나 엄한 사람이다. 특히 위험하거나 예의 없는 행동을 할 때, 남편은 세상 무섭게 아이들에게 화내며 혼을 낸다.


매번 그게 못마땅한 나다. 아이가 공포감에 압도되어 무서워하며 울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나도 무섭기도 하고, 같이 속상해진다.


친척들과 여행 중에 일어난 일이다. 아이가 해변가에서 울퉁불퉁한 바위 위를 걷고 있었는데, 남편이 그쪽으로 가지 말라며 불호령을 내리며, 아이에게 겁을 주었다.


아이는 엄마인 내게 얼굴을 파묻으며 아주 서럽게 울었고, 달래주는 나도 눈물이 흘렀다.


울고 있는데.. 나는 지금 왜 울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척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남편의 불같은 모습을 보이는 게 싫었다. 내가 남편을 흉볼 때는 괜찮은데.. 타인에게 남편의 단점을 드러내는 건 내가 같이 발가벗겨지는 기분이었다.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는 말도 갑자기 떠올랐고... 남편 교육을 잘 못 시켰나.. 싶은 생각에 더 창피했다.

한 번 울면 눈물이 좀처럼 그치지 않는 나다. 벌겋게 부어있는 눈에서는 자꾸 눈물이 터져 나오려 했지만.. 지금 내가 울고 있는 이유가 창피함이라는 것을 생각하니, 이번에는 금방 눈물을 멈출 수 있었다.


속상해서 우는 것도, 아이의 무서워하는 마음에 공감하는 것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나의 창피함이었다. 갑자기 내가 싫어졌다. 이 상황에서도 나는 나의 체면이 더 중요하구나 싶어서.


한편으로는 울고 있을 때 감정에만 압도되지 않고, 나를 조금 멀리서 바라보는 메타 인지력이 생겼나? 싶기도 했고 말이다. 울고 있는 짧은 순간에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래도 한 가지 좋았던 건.. 내가 흘리는 눈물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나니, 이렇게 우는 건 어른답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평보소다 눈물을 빨리 멈출 수 있었다는 점이다. 여럿이 모여있는 가운데, 더 오랜 시간 창피할 뻔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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