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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산책길에서 인생의 목표를 생각하다

by 매글이

봄날의 산책길은 걸음을 자주 멈추게 한다. 봄 꽃들이 여기저기서 나 좀 봐달라고 고개를 내밀고 있으니 말이다.


낮에 산책길을 걸으며 하얀 벚꽃 사진 찍느라 멈추고.. 노란 개나리를 만나 또 한 걸음 멈췄다. 빨간 철쭉도 보이니 가다 서다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한 번에 쭈욱 가지 못하고, 자주 멈췄지만 그래도 좋았다. 예쁜 순간들을 충분히 눈과 마음에 담으며 걸을 수 있었으니까.


봄날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화려한 꽃들의 초대 덕분이기도 했지만, 여유로웠던 나의 일정도 한몫한 게 아닐까 싶다.


몇 시까지 어디로 가야 하는 바쁜 일정이었다면, 아름다운 풍경 앞에 멈추어 그 순간을 모두 담을 수 있었을까? 느슨하고 여유로운 산책길이었기에, 원하는 지점에서 모두 멈추어 온전히 봄날을 즐길 수 있었다.


문득, 인생의 목표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목표라는 건 늘 나를 괴롭히는 것이었다. 목표를 세우면 매번 그에 미치지 못한 내 모습에 실망했다. 세우지 않으면, 왠지 목표를 갖고 살아야지만 제대로 사는 것 같아 불안했다.


목표 없이 지내고 있는 요즘이다. 끄적이는 것이 재미있어 매일 쓰며 지내고 있다. 무엇이 꼭 되겠다는 생각은 없지만, 쓰며 지내는 하루하루가 즐겁다.


어느 날 갑자기 무언가 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평소에 전혀 관심도 두지 않던 것을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는데, 이런 순간들이 선물처럼 느껴진다.


목표를 세워도 만족스럽지 않고, 없어도 불안했던 지난날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강박적인 생각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한 날들이다.


하나의 목표만을 좇아 앞만 보고 빠르게 나아가는 삶도 분명 좋은 점이 있다. 하지만 내 인생 후반전은 옆도 보고, 뒤도 보고, 멈추기도 하며.. 조금은 여유롭게 가고 싶다.


뚜렷한 목표가 없어도 하루하루 충실히 지내다 보면, 어느 날 문득.. 나의 목표가 이 것이었구나를 깨닫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런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


오늘, 산책길에서 그랬던 것처럼.. 가다, 멈추다를 반복하며 아름다운 순간들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날들이 이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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