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사랑함은 언제나 뭐든 사랑할 수 있는 인간이 된다는 것.
내가 너를 사랑함이 두려웠던 순간, 네가 나를 사랑함보다 내가 너를 사랑함이 더 커짐을 느껴진 순간의 중력이, 그 무거움이 나에게 얼마나 큰 두려움이었는지.
내가 그런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 몇 번이나 되물었는지. 사랑을 주는 것보다 받는 것에 익숙했던 나에게 너라는 존재가 얼마나 큰 불편함이었나.
불편함과 두려움을 극복하고서라도 너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나는 참 다행이다. 내가 너에게 느끼는 지금 이 감정이 사랑임을 알 수 있다는 건, 떠오르는 친한 사람들의 안부를 자주 묻는 것, 해가 이제야 따뜻하게 땅을 비추기 시작한 시간, 초록잎이 달린 나무에 부는 바람들과 그 소리를 집중해서 듣는 것. 눈앞에 보이는 따뜻한 것들을 조금 더 자주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어쨌든간에 다른 것들도 사랑할 수 있는 인간이 된다는 것이다.
사랑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내가 너를 사랑함과 나의 부모를 사랑함은 확연히 다르다. 누군가를 더 사랑하고 덜 사랑하느냐 함은 물론 나는 나의 부모님을 더 사랑한다. 엄마는 나의 첫사랑이고 떠오르면 눈물이 나의 희한한 첫 인연. 엄마를 떠올릴 때 자연스레 나는 눈물은 죄책감일까 연민일까. 너를 떠올린다고 눈물이 나는 것은 아니니 너를 덜 사랑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너를 사랑함으로써 다른 것들을 사랑하게 된 것은 분명하다. 엄마를 사랑함으로써 성숙해진 것보다 너를 사랑함으로써 나는 나라는 인간이 조금 더 선명히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나의 관심을 갈구하는 네가 좋다. 아무리 친해도 연락을 잘 안 하는 나는 누구든 먼저 나에게 섭섭함을 표현할 때 그 사람의 관심과 사랑을 느낀다. 특히 네가 나에게 그저 사랑을 말할 때 보다, 나에게 섭섭함을 얘기할 때 더 큰 사랑을 느낀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네가 나를 사랑함보다 내가 너를 더 사랑함을 느끼게 해 줘야지, 아무리 중간중간 다짐해도 어린애처럼 유치하게 너의 아쉬움에서 자꾸만 사랑을 느끼게 되어버려서 유감이지만, 나는 그런 사랑을 잘하는 사람은 아닌가 보다. 내가 아쉬운 사람이 되고 싶지가 않다는 이기적인 이유에서 말이다.
조용히 곁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내가 굳이 애쓰지 않아도 나의 근황을 반가워하는 사람들과 오래도록 지속되는 관계는 마음을 채워준다. 편해지게 되면 언제나 연락 횟수가 줄고 더 큰 마음을 쏟기 어렵다. 편해진다는 건 그런 것 같다. 너에게 이미 마음을 이만큼 쏟아부었으니, 잠깐의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뜻. 그만한 마음을 주고 나면 다시 마음을 채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누군가를 사랑함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커지는 순간이 오면 누구든 어쩔 수 없이 그 상황이 달갑기만 하지는 않은가 보다. 너를 사랑하는 내가 좋지만 너의 사소한 행동에 서운해하는 내가 구차해 보이고, 사랑을 주기보다 받기를 바라는 내 모습이 너무 인간적이어서, 더욱 우습다. 사랑을 망설임 없이 주는 것에 여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 좋으면 이런저런 면에서 이것도 저것도 좋다고 세심히 살펴보고 언제나 곁을 조용히 지키는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