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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하게 Jun 22. 2024

신의 놀이

붉은 해일이 신을 덮친다




신이 노래한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거무죽죽한 하늘

손톱으로 갉작거리며


거미 여인의 거짓말

악은 새로 태어납니다

세상에 새것은 없습니다


어젯밤 나의 누이가

소복을 차려입고 옥상에 올라갔는데

사람이 개미처럼 보이고

개미들은 떼 지어 울더란다


오 메시아여


누이가 뛰어내리자

개미들은 환호했다

머리 위 검어지는 하늘

검은 머리 우리는 구원받는다


구원에서는 방귀 소리가 났어요


연인의 몸을 먹던 여자가

백지가 된 얼굴로 말한다

내 얼굴을 백 번 지워보세요

내가 지워지나

입술 없이 웃고

입 없이 먹는다


연인은


유니콘이다


떨어지는 별을 보며

동생은 좋아했다

시골의 밤

쥐가 들끓고


쥐는 집주인인데

돈 달라는 말을 안 한다

잠든 틈에 조용히 다가와서

귀를 먹다가 떠난다

반쪽짜리 귀

반쪽짜리 혀


사람이

사랑이?

이긴대

이기지

사랑이

사람이?

위대하지

희망이지


낙관하자


어제는 좆같았는데

오늘은 엿 같음

내일은 뭣 같겠지

졸라


늙은 신이 아침 신문을 본다

노안이 와서 사진이 흐리다


신이 사는 집의 주인은

인색하다


귀도 혀도 거의 없는 신


신이 노래한다

고독한 밤 거북한 밤


거룩한 잠 고요한 삶


신의

놀이

감기는 눈 안에서


방주가 터진다

붉은 해일이 신을 덮친다


신은 얼굴이 없다

얼룩진 소복 자락

맥없이 흔들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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