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해일이 신을 덮친다
신이 노래한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거무죽죽한 하늘
손톱으로 갉작거리며
거미 여인의 거짓말
악은 새로 태어납니다
세상에 새것은 없습니다
어젯밤 나의 누이가
소복을 차려입고 옥상에 올라갔는데
사람이 개미처럼 보이고
개미들은 떼 지어 울더란다
오 메시아여
누이가 뛰어내리자
개미들은 환호했다
머리 위 검어지는 하늘
검은 머리 우리는 구원받는다
구원에서는 방귀 소리가 났어요
연인의 몸을 먹던 여자가
백지가 된 얼굴로 말한다
내 얼굴을 백 번 지워보세요
내가 지워지나
입술 없이 웃고
입 없이 먹는다
연인은
유니콘이다
떨어지는 별을 보며
동생은 좋아했다
시골의 밤
쥐가 들끓고
쥐는 집주인인데
돈 달라는 말을 안 한다
잠든 틈에 조용히 다가와서
귀를 먹다가 떠난다
반쪽짜리 귀
반쪽짜리 혀
사람이
사랑이?
이긴대
이기지
사랑이
사람이?
위대하지
희망이지
낙관하자
어제는 좆같았는데
오늘은 엿 같음
내일은 뭣 같겠지
졸라
늙은 신이 아침 신문을 본다
노안이 와서 사진이 흐리다
신이 사는 집의 주인은
인색하다
귀도 혀도 거의 없는 신
신이 노래한다
고독한 밤 거북한 밤
거룩한 잠 고요한 삶
신의
놀이
감기는 눈 안에서
방주가 터진다
붉은 해일이 신을 덮친다
신은 얼굴이 없다
얼룩진 소복 자락
맥없이 흔들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