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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하게 Jun 15. 2024

불티

창문을 열어두어야 해




토요일 늦은 오후

마지막으로 운동장을 나가는

남자애들을 보며 우리는

나란히 서 있었다

교실 창문 앞에


검은색 소나타 한 대가

남겨둔 꼬리처럼 따라가고


흐리멍덩한 태양 앞에

까치 한 마리가

엑스레이를 찍는다

까마귀 소리로 울며


창문을 열어두어야 해


5 - 2

글자 아래 서 있던 세 아이가

칠판으로 간다

나머지 세 아이가

청소도구함으로 간다


칠판의 아이들은 엄숙하다

청소함 아이들은 두렵다


칠판에

붉은색 분필로

검 ; 은 ; 마 ; 차 


은과 마 사이 물결 아래

한 아이가 이마를 박는다

양팔이 잡힌다

두 아이가 노래하듯 부른다


검은 마차가


검은 관을 싣고

교문으로 들어온다


운동장을 지나온다


계단으로 올라온다


창문으로 들어온다


드르륵!


끼야야야야아!


혼비백산한 아이들이

교실을 뛰어다닌다

불티를 튀기며


펄떡대는 발아래로

살얼음처럼 바스러지는 현실


영원히 잠든 자가

균열난 틈으로

윙크를 보낸다


공포를 못 이기고

기절했었지


하나였나 둘이었나

아니 몰라

근데 우리 몇 명이었지?


눈을 떠보면 어느덧 관 속


검은 마차가

검은 관을 싣고


창문을 열어두어야 해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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