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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잔하게 Jun 08. 2024

낙조

당신의 오늘 가벼운지




까마귀가 울자 세상이 눈을 감았다가 떴다

새파란 하늘에 먹구름이 낀다

아버지 가방에 약이 한 보따리


병원을 가려면 절벽에서 뛰어내려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가정집은 꼭대기에 있다

50712021205호는 우리 집


편지를 보내라고 해도

친구들은 편지하지 않는다

가끔 예기치 못한 편지가 오면

절벽에서 뛰어내린다


운동장을 달린다

살고 싶은 만큼 뛴다

밤낮이 바뀌지 않는다


지구는 언제나 푸른색

그런데 가끔 세상을 기만해


분홍빛 하늘은

어제의 그믐

희석된 핏물


찔리지 않아도

피 흘리는 숨이 있었다


숨이박차다가 넘어간다

노을처럼 황홀하게


질식의 빛깔


당신의 오늘

가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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