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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Apr 26. 2022

카페인의 노예에서 벗어나



매일 마시는 커피와 차의 음용이 과해지며 생활에도 불균형이 찾아왔다. 밤에 자려고 누우면 분명 몸은 피곤한데 쉽사리 잠을 들 수가 없다. 원래 전에는 아무리 커피를 마셔도 밤에 금방 잠들고는 했는데 이제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아니면 이제 몸이 카페인을 더 이상 수용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게 그 말인가?



특히 어젯밤에 그랬다. 오랜만에 커피전문점에 파는 달달한 아이스 믹스커피를 한 사발 마셨다. 1리터? 암튼 양이 정말 많아서 꽤 오랫동안 마셨다. 거의 하루 종일 들고 다니며 마신 것 같다. 그랬는데... 문제는 새벽 1시가 지나고 2시가 되어가는데 졸리지 않는 거다. 몸은 점점 피곤해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잘 시간도 넘어가서 그냥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피곤해진 몸과 다르게 몸이 깨어있는 것이다. 아무리 잠에 들려고 해도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맙소사!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지새다 어쩌다 보니 잠이 들었나 보다. 너무 늦게 잠들어서 아침에 일어나니 정말 피곤했다. 카페인이 나를 늦게 재우고 또 피곤해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카페인을 찾게 되었다.  완전 카페인의 노예가 된 기분이다.




커피는 사랑이지






태생이 마시는 음료를 너무도 좋아해서 음식을 씹어먹지 않는 공백에는 커피나 차를 꼭 찾게 된다. 공백이면 먹지 않으면 될 텐데 근데 입이 심심하다. 초콜릿이나 사탕 쿠키보다 뭔가 살도 안 찔 것 같으면서 나를 충족시켜줄 만한 것은 커피나 차뿐이다.




보통 하루에 커피나 차를 이용하는 패턴은 이러하다. 보통 아침에 일어나면 드립 커피 또는 차, 아침 겸 점심 후엔 네스프레소 머신 캡슐커피, 그리고 아이가 하원하면 믹스커피를 마신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저녁 먹은 후에는 티백을 우려 차를 마시거나, 아이가 자고 나면 과일청을 꺼내 차를 타서 마신다.



이렇게 적고 보니 더 과해 보이는 음용의 양. 그러나 이렇게 하루 종일 카페인을 들이부어도 내내 피곤하다. 그래서 요즘은 아침에 마시는 드립 커피라도 디카페인으로 바꿔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섭취하는 양이 꽤 되다 보니나 확연이 카페인이 나를 방해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완전히 느껴진다 분명 몸은 피곤한데 잠을 잘 수 없는 그런 상태를 알려나?  





차를 마시는 시간











그래서 요즘 마시는 것이 숭늉 차다. 요즘 아침에 드립 커피 대신 숭늉을 끓여 만든 물로 대신한다. 어떻게 숭늉을 차로 마시게 되었냐면...



아침에 일어나 매일 빈속에 커피를 마시니까 원래 갖고 있던 역류성 식도염이 심해졌다. 그래서일까 속이 자꾸 아프고 겨울 내내 목감기가 떨어지는 날이 없었다. 커피를 정 사랑하는데 아무래도 매일 마시는 양꽤 많아져서 이미 카페인 과다 섭취 중이, 몸을 위해서 좀 줄여야겠다고 생각하긴 했었다. 그래서 디카페인 드립 커피로 바꿨지만 아무래도 다른 것으로 대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누룽지! 입 짧은 아이가 종종 아침으로 주문하는 메뉴라서 꼭 구비해놓는 필수 음식이다.  그래서 누룽지가 집에서 떨어질 날은 없다. 실은 아침에 아이가 먹고 남긴 것을 먹다가 나에게 '숭늉차'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일단 숭늉 차는 숭늉 맛이 나는구나라는 생각으로 끓이는 것이라, 누룽지는 맛만 나게 그리고 물은 최대한 많이 넣어서 끓이면 된다. 누룽지를 많이 넣으면 마지막에 누룽지가 자꾸 씹히니까 그건 취향이라고 본다. 침에 아이에게 누룽지를 끓여주면서 남은 것으로 숭늉차를 마시면 딱이다. 그리고 이것은 차로 마시는 것이기 때문에 컵에다가 따라 마신다. 간편하다. 말 그대로 숭늉차이기 때문이다.  





허여 멀건한 숭늉차









전날 혼술 과음에다가 안주도 많이 챙겨 먹은 다음날은 이미 아침식사 생각은 없어진다. 그리고 전날 고기나 찌개를 먹고 잔 날은 어김없이 다음날 몸이 무겁다. 얼굴은 탱탱 부어있다. 이럴 때 음식도 미니멀이 필요하다. 몸을 가볍게 비워내고 싶은 날 아침에도 숭늉차를 끓인다. 숭늉차는 내 몸을 따뜻하게 채워주기도 할 테고 나쁜 것으로부터 비워주기도 할 것이다.



오늘은 비가 온다. 이럴 때는 따뜻한 국물 메뉴가 아침이다. 오늘 아이의 아침 메뉴는 숭늉이었다. 나는 거기에 물을 더 넉넉히 넣고 끓였다. 아이는 아빠와 등원을 하고 나는 숭늉차를 컵에 담아 들고 자리를 잡고 앉아 호호 불어 호로록 한 모금씩 마신다. 몸이 따뜻해져 온다. 속도 편안해진다. 참 좋다.



 오늘은 카페인 대신 우리 숭늉 차 한잔 같이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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