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효리언니 따라잡기

YOGA 1

by Blair

몇 년 전 제주의 소길댁이 된 이효리 씨가 이슈가 된 적이 있다(여전히도). 그때는 제주 일 년 살기 이런 것이 유행도 전이었던 것 같은데, 탑스타 연예인이었던 이효리 씨는 갑자기 결혼을 하고 제주에 자리 잡고 살고 있었다. 뒤늦게 찾아본 블로그에서 그녀는 간간히 농작물도 재배도 하고 채소로 차려낸 소박한 밥상을 맛있게 먹고 자연과 가까운 삶을 즐기고 있었다. 유기견 보호 비건, 요가 등등으로 세상과 조금 멀어진 그녀의 일상은 되려 탑스타 일 때보다 매력적이었다. 눈웃음이 매력적인 그녀는 소길댁이 된 그 모습도 참 잘 어울렸다. 그런 그녀를 보며 막연히 제주의 낭만을 꿈꿨던 것 같다.



그 당시 이효리 씨의 일상을 티브이로 봤던 적이 있다. 그 영상에서 이효리 씨는 새벽에 요가원을 다녔다. 제주에서 자동차로 한참을 달려 어느 연식이 있어 보이는 요가원에 도착해서 요가 수련을 하는 그 기억이 내리 머릿속에 있다. 그 후에도 종종 그녀의 요가 얘기는 티브이 속에서 볼 수 있었다. 요즘도 매일 요가를 하시겠지? 이렇게나 제주 가까이 있는데 만날 수 없는 그녀... (연예인이니까)





효리언니 일상, 제주









제주에서 요가를 한다면 떠오르는 그림 같은 풍경이 있었다. 비자림에서나 곶자왈의 한 공간에서 상쾌한 숲 공기를 맡으며 요가를 한다던가 혹은 바다가 보이는 스튜디오에서 요가를 한다던지의 그런 모습이다. 때론 내가 가진 낭만은 너무 다양하고 많아서 일상생활을 살아가는데 방해가 되는 것 같다. 내가 요가에 가진 낭만이 그랬던 것 같다.



어쨌든 제주에 가면 꼭 요가를 시작하자고 생각했다. 그런 장소에서라면, 그런 바다 뷰라면 몸이 저절로 움직여 요가가 절로 될 것 같은 막연한 상상을 했다. 그런데 제주에 온 지 9개월이나 지나버렸다. 요가는커녕 오름도 올레길도 제대로 다녀보지 못한 채 여름이 되어버렸다. 시간은 언제나 쏜살같이 흘러간다.



바로 어제 9개월 만에 드디어 요가원에 등록했다. 사실 요가원에 등록하기 전에 내가 한 일은 이효리 요가원을 검색하는 일이었다. 역시 인터넷에서는 다 찾을 수 있다. 바로 찾긴 했는데 그 요가원은 요가 선생님들이 수련하는 곳이고 그곳을 운영하는 사람은 한국의 하타 요가 마스터라고 불린다고 한다. 요가의 ㅇ도 모르는 내가 찾아갈 곳은 아니었다. 그래서 바다는커녕 그냥 가깝고 편리한 곳을 선택했다. 그곳은 도심 한복판에 창밖으로 건물이 보이는 전혀 제주스럽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역시 운동은 가까운 곳이 최고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효리언니 요가, 제주








오늘의 대망의 첫 수업 날이었다. 그런데 어젯밤과 아침에 도착한 호우주의보 재난문자가 나를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문제는 비는 그렇게 많이 오지 않는데 거센 바람이 불었다.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부는 날 도심에 나가면 우산을 쓰지 못한다. 그러면 비가 오는데 우산은 뒤집히고 나는 걷기도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비를 맞아 축축해진 모습으로 요가원에 도착할 수도 있다. 거센 비바람이 나를 요가 수업에 가기 어렵게 할 것이 예상되자 갑자기 마음이 흔들렸다.



"나는 오늘 못 나갈 거 같아. 요가는 수요일부터 시작할래"라고 남편에게 말했다. 하지만 남편은 어림도 없다는 소리로 "이 날씨가 호우주의보라니 말도 안 돼. 오늘 요가를 시작합시다. 나갑시다."라고 답했다.



결단력 있는 남편 덕분에(자기가 요가 시작하는 것도 아니면서) 그렇게 월요일 요가 첫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남편 말대로 호우주의보라는 말이 무색하게 오전에 한번 비가 세차게 내리더니 비는 그쳤다. 오후엔 해도 떴다.



사실 요가를 등록할 때만 해도 주 2회를 할지 3회를 할지 고민했으나 오늘 딱 한번 하루 수업을 들었더니 알았다. 나는 주 2회밖에 할 수 없는 초보 요가 수련자인 것을...



첫날 요가를 한 소감은 이렇다. 내 몸은 완전히 굳어 있는 듯했으나 아직 50%는 쓸만했다. 문제는 아이 낳고 생긴 손목터널 증후군으로, 항상 손목이 아픈데 오늘 손목이 아작 날뻔했다. 아마 초보라서 몸이 아닌 손목으로 중심을 지키려니 그곳으로 무게가 쏠려서 아픈 것 같았다. 게다가 오늘 내가 배운 요가는 하타요가인데 이는 호흡이 중요한 요가라고 한다. 그런데 호흡하는 법을 잘 모르겠다. 들숨 날숨 알듯 말듯하다. 거의 처음인 요가를 입문부터 듣지 않아서일까?





효리언니 만세!




사실 내가 너무 하고 싶은 요가는 이 자세이다. 벽에 대고 물구 서기도 못하면서 한복판에서 물구 서기라니! 이전에 서귀포에 위치한 이왈종 미술관에 갔을 때, 족히 칠순이 넘으신 이왈종 화백님이 이런 비슷한 요가 자세로 찍은 사진이 걸려있었다. 나는 그때 감명을 받은 것 같다. 저렇게 나이 많으신 분도 해내는 그것을 겨우 30대인 내가 못할까 싶어서 말이다.



물론 요가를 처음 시작하긴 했지만 내가 정말 언젠가 할 수 있긴 할까?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목표가 있으면 꼭 하게 되지 않을까? 오늘 나는 요가인으로서의 첫 한걸음을 떼었다. 그저 내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시작한 것을 멈추지 않고 끝까지 오래도록 하고 싶은 마음이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이 요가 수련을 통해 몸과 마음의 평화도 지켜지길 바라본다.






몸을 통제할 수 있으면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고, 마음이 차분하면 하루를 유연하게 컨트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쯤 지킬 수 없는 날이 있어도 괜찮다. 가끔은 강박 그 자체가 더 해롭다. 게다가 이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니까.


하루를 조절하는데 익숙해지면 일주일을 통제할 수 있다. 지금은 그렇게 한 달을, 꾸준히 1년을 좋은 리듬으로 살고 싶어서 순간순간 노력한다. 자주 실패하고 망가지지만 매일 도전하는 중이다.



<단정한 실패>, p101 , 정우성




앞으로도 종종 요가 글을 쓰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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