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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Nov 24. 2021

쇼핑에 목마른 자

홈웨어가 자꾸만 사고 싶어 

홈웨어를 자꾸만 사고 싶다. 세탁을 거의 매일 하니 집에서도 1벌이면 충분한데, 그래 인심 써서 2벌 정도면 충분하다. 왜 자꾸만 홈웨어에 눈길이 갈까. 오늘만 해도 그랬다. 분명 아이의 옷이 필요한 시점인데 내 옷이 눈에 들어오는 매직. 



이번에 제주도로 이사 오는 것이 뭐라고 나는 서울에서 홈웨어를 2벌이나 사 왔다. 제주도에는 홈웨어가 안 팔까 봐, 사 왔을까? 물론 세일한다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시작했으나 역시 그냥 사고 싶어서였다. 보통 입지 않는 외출복이 홈웨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언젠가부터 외출복을 집에서 입는 것이 불편해졌다. 왜냐하면 그것의 용도는 외출복이라 너무 불편하다. 소재도 모양도 불편해서 집에서 도대체 편하게 입을 수가 없다. 그리고 외출복의 목이 늘어나거나, 얼룩이 있는 정도가 되는 것은 홈웨어로 사양하고 싶다. 나에겐 집에서 입는 홈웨어는 무조건 면이거나 따뜻한 소재 거나 암튼 컬러나 약간의 그림 정도가 중요하지, 너무 예쁠 필요는 없다. 그런데 2벌이면 충분한 홈웨어를 왜 자꾸만 갖고 싶을까? 요즘 원마일 웨어가 유행이라던데 역시 나도 유행에 뒤쳐지고 싶지 않은 것일까?








사실 나의 홈웨어보다 급한 것은 아이의 옷이다. 올해 갑자기 아이가 입을 옷이 없다. 아이는 늘 사촌언니들에게 물려받는 옷으로 늘 차고 넘쳐서 혼자 옷장 한 칸을 다 쓸 정도였다. 참고로 우리 집은 3칸의 옷장이 있고 내가 1.5칸 , 아이가 1칸, 남편이 0.5칸 정도로 아주 정확한 분배로 살아가는데, 이번에 아이가 부쩍 크면서 가진 옷들이 작아져서 정리했더니 당장 입을 몇 벌 밖에 남지 않았다. 특히나 요즘 갑자기 제주도의 기온이 떨어지면서 겨울 옷이 필요한데, 이번에 제주도로 이사 오면서 물려받을 옷을 챙겨 오지 않아서 그렇다. 그동안은 물려받은 옷으로 너무나 풍족하게 살았는데, 당장 날씨는 추워지고 급하게 아이의 옷을 사야겠다 싶었다. 그런데 이 상황에 또 내 옷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오 마이 갓! 



원래 마트에 가서 옷 사고 그러지 않았는데 제주도에서는 아직은 정말 쇼핑하는 곳을 모르겠다 싶다. 역시 인터넷 쇼핑이 최선인 걸까? 지난번 제주시에 있는 지하상가에 다녀오긴 했는데, 아동 옷 파는 곳이 별로 없어서... 그냥 포기했다. 그래서 대형 마트에 간 김에 유용하게 한철 입을 실용적인 옷을 사기로 했다. 역시 디자인을 많이 포기한 만큼 가격은 저렴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맘에 드는 아이 옷을 발견했다.  핑크색 옷을 집어 들었는데 퀼팅이 있고, 플리스 안감을 가진 따뜻해 보이는 외투였다.



그런데 문제는 가격이다. 일단 따뜻함이 우선인 적당한 디자인을 선택했지만 또 막상 사려니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라 자꾸만 고민하게 된다.(이때는 그 옷이 30%나 세일하는지 몰랐다) 그러면 잠깐만 고민해볼까? 하고 마트를 한 바퀴 도는데 어머! 저기에 내가 원하는 캐주얼 옷이 있다. 아 내가 환장하는(아니 꼭 이 단어를 썼어야 했다) 아이보리, 오트밀 컬러에 스마일 이모티콘이 있는 옷이었는데 너무 귀엽다. 정말 귀엽다. 원마일 웨어가 요즘 인기라는데 나도 상하의 세트로 입고 아이 등 하원 시키고 정원에 풀도 뽑고 등등등... 저 옷을 입고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상상해봤다. 즐거운 상상을 했지만 정작 사지는 못했다. 




나에겐 이미 충분한 홈웨어가 몇 벌이나 있다. 



나에게 충분한 옷이 있고, 특히 나는 당장 따뜻하게 입을 수 있는 홈웨어가 두벌이나 있는데 지금 내 옷을 사는 것은 분명한 돈 낭비라고 느꼈다. 내가 꽤나 자주 돈 낭비를 하기는 하지만 지금 꼭 사야 할 옷은 내 옷이 아니라 아이 옷이기 때문이다. 결국 내 옷을 포기하고 아이 옷을 구매했다. 가장 큰 이유는 '세일'하는 옷이었기 때문이었지만, 아마 그것이 아니었어도 아이 옷을 구입했을 것 같다. 


 

아쉽다. 나는 결국 밤에 와서 또 인터넷으로 검색해본다. 기적에 가깝게 오프라인에 파는 것을 온라인으로 한 번에 찾았다. 옷 가격도 반값이다. 진짜 싸다. 이런 생각을 한참을 하면서 살까, 말까 고민하다 밤이 지나간다. 이러다 밤새겠다. 역시나 아쉽다. 하지만 이미 많은 옷을 나는 더 살 수 없다. 나의 몸은 하나고, 이미 가을에 홈웨어를 두벌이나 산 후이기 때문이다.(그때의 나를 반성합니다)



아, 점점 날씨는 추워지는데 남편 옷도 없다. 남편은 물욕도 없어서 단벌 신사처럼 다닌다. 얼마나 옷이 없는지 이제는 내가 빨래하는 날만 기다린다. 아, 정말로 나의 옷은 포기하고 이번엔 남편의 옷을 사러 가야겠다. 



나는 제주도에 와서도 물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 이런 바보. 언제까지 나의 물욕은 넘칠 것인가! 타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 무소유의 삶을 사는 날이 오긴 할까? 언젠간. 그래도 오늘의 나의 미니멀 라이프는 성공했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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