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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Jan 19. 2022

나는 언제 미니멀이 될 수 있을까




1년 동안 아무것도 사지 않은 채로 살 수 있을까?




제주로 내려오면서 마음먹었던 것 중에 한 가지는 절대 쇼핑하지 않기! 지난 글에도 말했었는데 특히 1년 동안 옷, 액세서리, 가방, 신발 쇼핑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왔다. 그래도 지난 2~3년 정도를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었기에, 제주에 사는 1년 정도 쇼핑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제주도로 가기 전부터 그곳은 쇼핑할 곳이 많지 않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정말로 제주도에 가서 쇼핑하지 않고 살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아악!!!!)




나는 제주에 온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쇼핑을 하게 되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러하다. 이곳에 이사 와서는 거의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게 되었기 때문에 대형마트를 정말 자주 다닌다.  그날도 마트에 분명 음식재료를 사러 들어갔는데, 마트에 들어가자마자 입점되어 있는 매장에 옷이 가득 걸려있었다! 보통 때 같았으면 눈길도 주지 않고 스쳐서 식품관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데 그날따라... 내 눈앞에 딱 띈 귀여운 스마일 카디건. 마침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도톰한 그 카디건을 보니  '갖고 싶다, 사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며 나의 욕망을 활활 불태워주었다. 




결국 나는 그 옷을 충동구매를 하게 되었다. 제주도에 도착해서 쇼핑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 달도 안돼서 깨버리다니 정말 한심했다. 심지어 스마일 카디건만 산 게 아니었다. 이미 우리 집에 가득할 것만 같은 베이지색 원피스도 함께 구매했다. 베이지색 원피스는 있지만, '모자가 달린' 베이지색 원피스가 아니니까! 계획에 없던 쇼핑할 때면 샘솟는 자기 합리화가 폭발했다. 분명 저 옷을 서울 고속터미널 지하상가에 가서 산다면 5만 원에 두 벌을 살 수 있을 것만 같은데... 당연하게도 이곳의 물가는 생각보다 비쌌다. 다행인 건 그중 원피스는 지난 두 달 동안 너무 잘 입어서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리고 자주 입은 것에 비하면 저렴한 가격에 비해 보푸라기도 나지 않아서 만족스럽기까지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쇼핑을 잘했다고 합리화하고 싶진 않다. 왜냐하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던 카디건은 거의 입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충동구매의 끝은 절반의 후회로 남았다.




그것이 제주도의 마지막 쇼핑이었더라면 더할 나위 없이 기뻤을 텐데...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곧 며칠 후엔 내 생일이 다가온다. (후후후) 원래 평소대로라면 생일 즈음엔 갖고 싶은 것이 없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갖고 싶은 물건이 정말 많다. (참 아이러니하지) 이미 셀프 선물도 골라놨다. 그것은 바로 원피스!!! 작년에 좋아하는 브랜드를 지나가다 슬쩍 보기만 했는데, 그것만으로 충분히 너무 예뻐서 꼭 갖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그 이후로도 너무 갖고 싶어 세일할 때만 목이 빠지게 기다렸던 원피스가 드디어! 온라인 아울렛에 올라온 것이다. 그렇다! 제주에서도 인터넷 쇼핑은 할 수 있다. 하하하!





어머 이건 사야 해!! 




그런데 그 원피스의 컬러가 두 가지라서 어떤 것을 사야 할지 너무 고민이 되었다. 혼자 원피스의 색 고르고 또 고르고 심히 고민하다가 친한 언니에게 연락해서 도움을 요청했다. 원피스의 색을 같이 골라 달라고 했다. 언니에게 원피스의 사진을 보여준 후에 전화로 열띤(?) 토론을 한 후에야 두 가지 색 중에 하나를 고를 수 있었다. 그런데 옷 색을 다 고른 후에 언니가 물어봤다. "너 혹시 지난번 브런치에 미니멀 리스트 글 쓰지 않았어? " 그 말을 듣고 나는 정말 뜨끔했다. 동시에 너무 웃기기도 했다. 언니에게 앞으로 브런치의 글 구독을 해지해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 상황에도 나는 결국 그 원피스를 구입하고야 말았다. 아주 소박한 생일선물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10% 쿠폰에, 생일 마일리지에, 갖고 있던 마일리지까지 거기에 무료배송이라니!!!  생각보다 더 저렴하게 구입했기 때문이다. (물론 안 샀으면 0이었겠지...) 그리고 마침 내가 구매하고 나니 전부 품절되었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 반드시 샀어야만 하는 운명적인 무엇인가가 아니었을까?라는 바보 같은 생각도 잠시 들었다. (호호호) 




역시 내가 1년 동안 쇼핑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이번 생일 선물을 챙기면서 나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며 살기에는 아직도 훨씬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나는 괜찮은 걸까? 한편으로는 이 정도 만으로도 유지하는 미니멀은 어때? 그래도 수년 전에 비하면 정말 하나도 안 사는 거다! 하나도! 얼마나 대단한가? (자화자찬 중이다)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기 때문에 아직 정답에 대한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보통은 grocery shopping이 전부이다. 






이전의 나는 서울에 살면서 많은 쇼핑몰을 다니며 구경만 하고 예쁜 것을 보더라도 사지 않았고, 지금의 나는 제주도에 살면서 쇼핑할 곳이 마땅치 않아 인터넷 서핑을 하며 쇼핑 욕구를 꾹 참아내고 있다. 뭐 결국은 나는 이쪽저쪽 잘 참고 있으니 노력하는 중인 것만은 확실하다. 결국 완벽한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면서 사는 것은 어려울지 모르지만 그래도 노력하는 내가 있기에 언젠가는 달라지리라 기대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무소유를 꿈꾼다. from 풀 소유 







메인사진 : Pngtree.com

2번째 사진 :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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