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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Aug 28. 2024

액땜주간

우리 집에는 우편물이 거의 오지 않는다. 진짜 꼭 필요한 몇 개 외에는 집 주소를 본가로 해놨기 때문이다. 매달 내야 하는 전기세, 수도세는 꼭 받고 있고, 요즘엔 보험관리공단에서 우편이 오기도 하는데 그 외에 우편물이 거의 오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우편물이 몇 개가 한꺼번에 도착했다. 그래서 의아했다. 우편물이 얼마나 많은지 스테이플러로 찍혀서 5개 정도가 함께 도착한 것이다. 맨 위에 우편물은 지역 세였다. 제주시에 납부하는 세금이 있었나 보다. 그리고 그다음 4개는 잘못 도착한 우편물이었다. 만약 우리 집이 14번지라면 4번지의 우편물이 우리 집으로 도착한 것이다. 할 수 없이 그 집으로 직접 우편물을 배달해 주었다.




그런데 다음번에도 또 우편물이 4개가 날아온 것이다. 이번에도 잘못 왔겠지 싶었다. 




그런데 정말 우리에게 모두 온 것이었다. 세금 내라는 우편물과 올해 건강검진받아야 할 항목을 알려주는 우편물과 그리고 마지막으로 과태료 고지서가 온 것이다.



오 마이 갓!!!!! 과태료라니! 워낙 운전을 조심히 하는 터라 과태료는 지난 20년 동안 딱 한번 받아봤다(주차딱지) 그런데 이번에는 신호위반 과태료였다. 교차로에 켜진 주황불에 차가 섰어야 하는데 그대로 통과해 버린 것이다.  어이없게도 그 실수는 내가 한 운전이 아니었다. 남편의 소행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순간의 실수로 7만 원이라는 과태료를 내고야 말았다.



아까웠다. 그러나 우리가 잘못한 일이니까... 하는 마음으로 다음부터 교통법규를 잘 지키기로 했다. 그리고 과태료를 물었지만 큰 사고가 난 것이 아니라 차라리 이 정도 돈을 내는 정도로 다른 큰일이 없는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바쁜 날이었다. 오전엔 아이의 시험이 있었고,. 그 후에는 아이의 안경도 처음 맞춰야 했고, 오후에는 뮤지엄 견학이 예정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중에 제일 중요했던 시험도 잘 보고, 안경도 잘 맞췄다. 게다가 그날은 날씨가 정말 더웠는데 안경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줘서 맛있게 먹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뮤지엄으로 가면 되었다.




겨우 낮 한시가 된 시간인데, 볼일이 거의 끝난 후라 가족이 모두 들뜬 기분이었다. 이제 천천히 시내로 나가 뮤지엄에 가면 되었다. 앞으로 자동차를 타고 15분 정도만 가면 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옆에 자동차가 가까이 붙어 지나가는 것이었다.



그때!!!



그러는 사이 옆에 백미러가 접혀버렸다. 옆에 지나가던 차의 사이드미러도 접혀버렸다. 그런데 그 차는 안쪽으로 (원래 접히는 방향) 우리 차는 반대쪽으로 접혀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차는 가버렸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보기엔 서로 부딪힌 것이었다.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반대로 돌아가버린 사이드 미러를 바라보았다.




응?괜찮은거야???




잠시 힘을 써서 사이드 미러를 원래 방향으로 돌려놓으려고 했는데 좀처럼 쉽지 않았다. 하필 주말이라 여는 공업사가 없었다. 그래서 접힌 사이드 미러를 걱정하다가 그냥 원래 일정대로 가기로 했다. 여자저차 뮤지엄을 다녀왔다. 그리고 집에 와서 사이드 미러를 다시 원래 상태로 해보려고 했는데, 세상에! 그 잠깐 사이에 아이아빠가 사이드미러를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만세!!!



그러나 그것은 임시방편에 불가했다. 다음날 사이드 미러 버튼을 누르자마자 쉴 새 없이 기계음이 들리고 그 소리는 계속되었다. 외출했다가 다녀오는 길이었는데 하필... 그 거리가  시간 정도 걸리는 곳이어서 집까지 돌아가는 동안 계솓 위이이이이잉 하는 기계 소리를 듣는데, 운전이 집중이 안되고 머리가 아팠다. 갑자기 층간소음 문제가 생각났다. 매일 매번 같은 시간에 같은 소리를 듣고 있자면 미치지 않고 배길 수 있을까?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자동차의 사이드미러 부분을 열었다. 사실 집에 오는 중간에 멈춰 서서 그 부분을 열고 싶었는데 아무리 힘들 써도 되지 않아서 집까지 온 것이다. 간신히 사이드미러 부분을 열어 내부의 코드를 분리해 버렸다. 그제야 소리가 멈췄다. 휴,,, 살 것만 같았다. 그냥 방향만 반대로 돌아가버린 사이드 미러인 줄 알았는데, 고장 난 것이 맞았다. 휴... 또 자동차를 고치러 가야 한다니 싫다 싫어. 사이드미러는 그 부분 전체를 교체해야 한다는데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하지? 갑자기 들게 되는 드는 돈도 아깝고...




자동차 사건들 밖에도 이번주에는 사소한 귀찮은 일들이 몇 가지가 한꺼번에 일어났다. 이번주는 대체 왜 이러지?








우리는 우리에게 생기는 사소한 작은 기분 나쁜 일들을 액땜으로 부르곤 한다(우리만 그런가?)

이 작은 나쁜 일이 더 크고 무서운 일을 막아준다면 얼마나 다행인 걸까?



그래서 조금은 기분이 상하고 불편하지만 이 작은 일이 있어서 되려 이만하길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살아가는데 작고, 큰일은 언제나 생겨난다. 아무 일도 없는 것이 더 이상할 지경이긴 하다. 그래도 이번주 일들은 이만하길 다행이다 싶은 일이라 참 다행이었다. 더 큰 자동차 사고가 나지 않았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어서 과태료도 기분 좋게 내고, 망가진 사이드미러도 수리하러 가야겠다. 그래도 다음엔 액땜할 일 말고 기쁘고 좋은 일이 생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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