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처럼 난해한 것도 없고 강한 것도 없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복잡할 것도 없는 사랑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두면서 육체적 사랑을 탐미하거나, 갈대처럼 쉽게 변하는 사랑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나에게 사랑이란, 함께 나란히 걷는 것이다. 연애 시절 때의 가슴 설레고 같이 있기만 해도 좋았던 풋풋한 사랑은 아니어도 30년을 함께 걸어온 그 길을 계속 함께 걷는 것이다. 자식들 독립해서 이제 둘만 남았을 때 두 손 맞잡고 함께 다정히 걸을 수 있다면 만족한다. 그 길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혼자 걷게 되는 날이 올 때까지 함께 걷기를 바란다.
나에게 사랑이란, 있는 그대로 품어주는 것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바꾸려고 애쓰지 않는 것이다. 자녀 양육의 문제나, 지나친 모멸을 주는 언행이나, 품위 없는 행동 같은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면, 있는 그대로 보아주고 부족한 부분을 넓은 아량으로 품어주는 것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으면서 자기에게 유익할 때만이 아닌 한결 같은 마음이 진정한 사랑이다.
나에게 사랑이란, 쉼터가 되어주는 것이다. 일에 지쳐, 사람들에 상처입어, 상황이 꼬여,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당황스런 일을 만나서 너무 힘들어 투덜거릴 때 그걸 받아주며 쉬게 해주는 사람이다. 상대방이 힘들 때 나 역시도 쉼터가 되어주면서 기쁨. 슬픔. 우울. 분노. 절망 등의 감정을 함께 공유하며 위로해주어야 한다. 서로 무관심하거나 같이 있어도 외롭다고 말하지 않도록 편안히 기대게 해준다면 좋겠다.
나에게 사랑이란, 일관성 있고 지속적인 것이다. 한결같은 사람이 좋다. 감정의 기복이 심해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모르게 만들거나, 지나친 간섭이나 구속. 집착으로 눈치를 보게 만든다면 그건 사랑의 모습이 아니다. 일관성 있는 말과 행동, 서로 존중하는 태도, 무엇을 해도 믿을 수 있는 신뢰를 주는 사람이다. 성격 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양방향이 아닌 같은 방향으로 가는 지속성, 일방이 아닌 쌍방의 일관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나에게 사랑이란, 자신만이 아닌 서로를 빛나게 해주는 것이다. 누군가는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듣는 반면 여자가 아깝다느니 남자가 아깝다느니 하는 말로 쑥덕이는 이들도 있다. 두 사람의 마음이 잘 맞아 서로 잘 살고 있는 데도 그런 말에선 얼굴을 찌푸리게 한다. 하지만 자신을 가꾸어서 옆 사람을 더 빛나게 한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절대 외모가 아닌 말과 행동으로 품격을 높이고, 보이지 않지만 아름다운 향기를 품은 사람이 되어, 서로를 돋보이게 한다면 금상첨화가 될 듯하다.
하태완 작가님은 사랑이란, 함께 나눈 모든 계절에 꽃과 숲이 단 한시도 시들지 않게 되고, 모든 환희와 아픔을 함께 겪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친절과 다정을 내일로 미루지 말고 당장 건네고, 베풀 수 있는 것을 괜히 숨기지 말고, 벅차오른 고마움을 전하고, 소중한 인연과의 시간은 끝에 닿기 위한 여정이 아닌, 현재의 기쁨과 행복과 사랑을 쟁취할 수 있는 순간은 지금뿐이라고 했다.
사랑처럼 많은 정의가 없다. 뜨거웠다가 차갑게 식는 것이 아닌 변치 않는 사랑이 힘든 건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사랑이란, 나이가 들수록 깊고 차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