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불안이

네번째상담-2

by 썸머트리

‘선생님, 인터넷으로 찾아보다가 경계선 성격장애의 원인이 [유기불안]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봤어요. 내가 왜 [유기불안]이 있는가.’


‘어렸을 때 4-5살 사이에 미국에서 한국에 들어오고, 바로 유치원에 들어갔어요. 그 때의 기억이 생생해요.'


‘반의 어느 곳엔가 앉아있는데, 아무도 저에게 신경쓰지 않고 있었고… 그때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운데,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거절감이 들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할 수도 없었어요. 제가 한국어가 서툴렀던 것 같아요. 원래 미국에서 데이케어센터를 다녔던지라 언어가 그만큼 발달이 안되었나봐요.’


‘그 이후로 어떤 단체에 있을 때 항상 이질감이 들었어요. 소속되는 것이 어색하고, 공동체에서 받아들여주는 제스처를 취해도 제가 뚝딱거렸어요. 거절 당할까봐 저도 큰 노력을 하지않았던 것도 같아요.’


‘그때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면서 저를 케어할 시간이 없었거든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저랑 언니를 키웠는데 할아버지가 이렇게 표현했어요. [입은 쌜쭉하게 나와서 눈을 항상 흘기고 있어. 기분나쁘게] 할아버지의 말이 상처이기도 한데, 어쨌든 그만큼 제가 항상 긴장하면서 주변을 살폈다는 뜻이겠죠.’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아이들과 너무 어울리고 싶고 소속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충동적으로 회장선거도 나가서, 부회장으로 선출된 적이 있지만 제 안의 불안감은 항상 있었어요. 불편하다. 노력해도 결과가 잘 안 풀릴 것 같다는 예기불안이 항상 있었어요.’


‘더 성장하면서 겉으로는 친구문제가 없어보였겠지만 제 안의 불안한 감정, 불편한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어요. 회장, 부회장도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재밌는 사람이 되어보기도 했지만 그게 제 불안감을 가져가진 않았어요. 그래도 항상 사람들 마음에 들기 위해 부던히 노력했어요. 내 안의 이질감이 사라졌으면 해서…’


‘제가 공부를 열심히 한 이유를 아세요? 사람들이 저 공부 잘할 것 같이 생겼다고해서 열심히 했어요. 그 사람들 기대를 저버릴까봐..ㅋㅋ’


‘지금은 마음 속을 터놓을 친구가 있다고 했죠?’


‘네, 항상 있긴 했었는데 정말 제 모든 모습을 온전히 받아주는 친구는 20대 후반에 생겼어요. 타이밍이 좋았을 수도 있고, 제가 성숙해졌을 수도 있고 어쨌든 그런 사이가 되었어요. 제가 유치하고 아기 같은 모습을 보여도 상관이 없어요. 그 친구도 마찮가지고요.’


‘정말 다행이네요.’


‘네 맞아요. 평상시 사회생활할 때는 나사를 꽉 조이고 살아가는데 그 친구 만나면 나사를 풀어도 되거든요.’


‘썸머씨, 정말 힘들었겠네요. 그리고 왜 유기불안이 생겼는지도 알겠어요. 6세 이전의 경험을 통해 느껴지는 감정이 핵심감정이 되는 걸 아세요?’


‘아, 제가 말한게 정말 유기불안을 유발하나요? 저는 더 심각한 상황이어야 유기불안이 생기는 줄 알았어요.’


‘썸머씨가 경험한 것도 충격적인 경험이에요. 그런 경험을 하는 유치원생을 거의 없어요. 그리고 제 학창시절에는, 친구들이랑 놀 때 사람마음에 들기위해 노력하며 놀지 않았어요. 그냥 재밌어서 놀았지요. 공부도 사람들 마음에 들기위해 하지 않았고요. 성공하기 위해서 했지.’


‘그러네요. 저는 다 사람들이 저를 받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했네요. 모든 것을…’


초등학생 때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해서 텅 빈 집안에 들어오면 오열하며 운 적이 종종 있었다. 그때 하나님 이름을 불렀었나. 어쨌든 그만큼 불안했다. 근데 부모님께는 보여주지 않은 모습이다. 그런 모습을 보여 좋을 건 없으니


‘썸머씨, 그러니 우울과 불안이 올라올 때 자책하지 말아요. 그런 경험을 했으니 습관적으로 올라올 수밖에 없어요.’


‘…네’


노력해볼게요. 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자책은 나의 인지왜곡 스키마이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 스키마는 우리가 정보를 구성하고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인식 체계이다. 우리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대한 양의 정보를 해석할 때 바로 가기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유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인지 왜곡에서는 유용하다는 말보단, 말그대로 왜곡이니, 그런 생각이 떠오르면 왜곡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


자책을 하지 않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 정말로. 이번 썸도 자책만 하고 있고, 약대를 선택하여 걸어온 것도 계속 자책하고 있는데 그것을 멈춰야하다니… 그래도 조금씩 그 왜곡들을 인지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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