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적하고 싶은 날 - ② 파랑새는 없다?
새롭게 구직 활동을 하며 운 좋게 몇 개의 회사에서 근무할 수 있었다. 그 중에는 사기업도 있고 공공 분야도 있다. 또, 내가 해보고 싶었던 일도 있고 평소 편해 보인다고 생각한 분야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이 직업이 되면 그저 행복하기만 할 것 같았는데 감정은 내 맘같지 않았다. 그동안 내가 가져온 환상은 너무 컸고 매번 채찍질만 하는 환경도 숨이 막혔다.
편해 보인다 생각한 것도 오산이었다. 귀동냥으로 들어온 것 현장은 전혀 달랐다. 경쟁적인 분위기가 덜 하다 뿐이지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항상 도사리고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느꼈다. 파랑새는 없구나.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불안 요소는 어디서나 존재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내 자신에 대해서도 너무 모르고 있었다. 문득 문득 예민함이 보였던 적이 있지만 이렇게까지 변화와 자극에 취약한 줄 몰랐었다.
상황이 예상한 범위를 벗어나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나는 유독 더 긴장하고 안절부절 못했다. 실수를 했을 때 느끼는 불안감도 생각보다 오래갔다. 하지만 회사를 비롯해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은 통제 불가능한 요소가 더욱 많다.
그 때 난 새삼 다시 느꼈다. 난 예민한 사람이구나. 그동안 드문드문 보이던 예민함이 사회 생활을 하게 되면서 비로소 발현된 것이다.
불안과 우울함에 사로잡혔을 때 난 그저 환경을 바꾸는 데만 급급했다. 새로운 분위기가 내 감정도 정화해 줄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긍정적 효과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난 그저 그때 그때 견디기 힘든 상황에서 도피하기만 했다.
아무리 편안한 환경이라 하더라도 긴장과 불안을 미약하게 느끼곤 했다. 너무 많은 생각이 현재를 즐기지 못하게 만들었다.
인간관계에 대한 좌절감도 컸다. 항상 초점이 타인에게 맞춰져 있던 탓에 쉽게 마음의 생채기가 났다. 혼자 끙끙 앓다 나만의 벽에 갇히기도 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방황하기도 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마음에 대한 이해였다. 모든 것을 내팽겨치고 주저앉을 수만은 없었다. 그때부터 나는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환경적 요인을 바꾸는 것만큼 예민한 내 성격에 맞는 마음가짐을 가져보기로 했다. 물론,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죽을 것 같았다. 이제부터 마음을 다스렸던 방법들을 함께 나눠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