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적하고 싶은 날 - ③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이야
내 마음은 곧잘 과거에 살곤 했다.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는 식사 후 먹는 디저트처럼 습관이었다. 그래서 항상 괴로웠다. 과거에 집착하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이 없으니까.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에 대해 이렇게 할 걸, 저렇게 할 걸 하고 생각하는 것은 나의 정신을 축내는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음에도 나는 그렇게 과거에 집착했다.
과거에 대한 집착이 아주 심했을 때는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후회하며 시간을 보냈다. 퇴근을 하고서도, 친구를 만나고 돌아와서도 미처 하지 못한 일, 못다 한 말들에 대한 후회가 내 뇌를 장악했다.
하지만 과거는 내가 통제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는 시간의 영역이다. 하지만 매번 한 가지 일을 끝내고 나면 감탄사가 날 만큼 더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모든 일을 최대한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싶어 하는 나의 욕심이겠지만 말이다.
당장 바로 전 날인 어제를 비롯해 몇 년 전 과거까지 내 머릿속을 괴롭게 하는 몇 가지 후회 리스트들이 상존했다. 조금이라도 생각할 여유가 생기면 그때부터 내 생각은 과거로 향하곤 했다. 과거에 이렇게 했더라면 좀 더 나은 지금이 있었을 것이라는 나만의 생각에 갇혀 있었다.
과거를 통해 반성하고 성장하는 것은 굉장히 바람직하다. 하지만 과도하게 집착한 나머지 현재를 보낼 힘마저 잃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일이다. 그때부터 머릿속을 지배하는 후회들이 떠오를 때마다 종이든, 핸드폰이든 나의 감정들을 주르륵 적었다.
나를 괴롭게 하는 기억과 그에 대한 내 감정, 그리고 내가 바꿀 수 있는 요소를 그 어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적었다. 그러다 보니 항상 결론이 동일했다. 문제가 된 기억에 대한 내 감정은 항상 후회였고 바꿀 수 있는 요소는 없었다. 바꾸더라도 미래에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대한 대처법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다. 돌이켜보면 그때 내가 했던 선택은 당시 내가 할 수 있었던 가장 최선이었던 것이다. 아마 다시 돌아가서도 나란 사람은 당시 온도와 분위기, 상황 속에서 비슷한 선택을 했을 것이다. 생각병에 걸린 내게 이런 사고회로가 당장 와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렇게 될 일은 그렇게 된다.
나는 내 자신에 대한 믿음, 내가 했던 선택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다. 과거에 그런 선택을 한 나를 무조건 다그치기보다는 한 번쯤은 안아주자. 가장 사랑해 줘도 모자랄 내 자신이 스스로에게 항상 미움만 받는다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