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십육도씨 Jan 10. 2020

언제나, 봄날 - 아포가토

19.04.28 

언제나, 봄날 - 아포가토(Affogato)



집순이인 나에게 있어 밖으로 나가는 것은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다.


큰 맘을 먹고 마실 겸 아파트 후문 근처에 있는 마트에 갔더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휴무일이었다. 허탈한 마음에 걸어서 20분 떨어진 다른 마트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도 휴무였다. 

렇다. 오늘은 넷째 주 일요일. 마트가 쉬는 날이었다.


20분 넘게 걷다 보니 당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근처 카페에 들렀다. 카페의 이름은 언제나, 봄날. 생화와 드라이플라워로 장식되어 있는 분위기가 좋은 카페이다. 종종 동네 친구와 만나서 커피와 수플레 팬케이크를 먹고는 했는데 오늘은 왜 인지 모르겠지만, 아포가토를 주문했다.


맛은 너무나도 성공이었다. 진하고 달달한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씁쓸한 에스프레소의 조화는 허탈한 나의 마음을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그냥 어제 밖에 나갔을 때 모든 걸 끝낼걸.. 하는 후회를 뒤로하고, 돌고 돌아 아파트 정문 제일 가까운 슈퍼에서 장을 봤다.


행복은 언제나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파랑새 이야기 같은 결말.


아포가토는 이탈리아어로 빠지다 이외에도 익사하다는 무시무시한 의미가 있다고 한다. 


작가의 이전글 힛 더 티 - 차이 말차 라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