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5
딸기 철이라 그런지 여기저기서 딸기가 들어간 시즌 메뉴가 나와서 나도 집에서 딸기 요거트 스무디를 마시기로 했다.
우유 한 잔에 얼음 한 주먹, 냉동 딸기 한 주먹, 마트에서 산 요거트 파우더 세 봉지(약 55g)를 넣고 믹서에 갈면 끝. 기호에 따라 설탕이나 시럽을 더 넣어도 되지만 이번에는 그냥 생략했다.
생 딸기를 사용해도 상관은 없지만 수분이 많아 꾸덕꾸덕하게 먹고 싶다면 우유의 양을 조금 줄이고 얼음과 요거트 파우더의 양을 살짝 더 넣는 것이 좋다.
사실 나는 초등학교 시절에 운동회 때 딸기를 잘 못 먹고 배탈이 난 적이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먹기는 먹지만 사족을 못 쓸 정도로 좋아하는 건 아니다. 다만 약간의 특별한(?) 과일이다.
나의 첫 아르바이트는 카페 종업원이었는데, 번화가에 있어서 주말이 되면 손님이 만석으로 복작복작해서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하루 종일 일 해도 자취를 하다 보면 생활비는 모두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아끼고 아낀다고 펄펄 찌는 여름에는 에어컨이 있어도 안 틀고 버텼다. 당연히 마트에 가면 과일은 비싸서 어쩌다 한 번 사 먹거나 시들시들해서 할인 중인 과일을 사 먹고는 했다.
다시 아르바이트 얘기로 돌아가서, 카페 메뉴 중에는 딸기 파르페가 있었다. 큰 유리컵에 시럽과 아이스크림, 딸기 등을 얹어서 만들었다. 내가 만들어놓고 정작 나는 무슨 맛인지 모른다. 크고 무겁고 아름다운 딸기 파르페는 아르바이트생으로서 그림의 떡이었다. 그러다 일 년에 한 번 겨울에 본가를 가면 딸기가 한 박스 있었다.
생 딸기를 몇 개 씻어서 그 자리에서 다 먹었다.
벌써 몇 년 전 일이라 지금도 그렇게 딸기에 대한 로망이 있지는 않다.
그냥 딸기 철이니까 딸기에 대한 의리(?)라던가 연례행사 비슷하게 괜히 한 번은 먹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