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사상학

사랑정리

by 법칙전달자

사랑정리


벼와 쌀은 틀림없이 다르죠. 그러므로 쌀문화가 발달한 한국에서는 모, 벼, 쌀, 밥과 같이 그것을 구별하는 단어가 있지만 영어로는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이 모두를 rice라고 해야죠. 한국 사람 역시 보리나 밀에 대해서는 그냥 보리 혹은 밀이라고 하죠. 보리라는 식물이나 보리쌀에 대해 같은 단어를 쓰는 것이죠. 언어의 미분화는 편리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죠. 형, 누나, 오빠, 언니 같은 분화된 어휘를 가진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 것 같습니다. 세계적으로 사랑문화는 발달되어 있지 않죠. 대상이나 성격이 다르면 다른 단어를 써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가장 큰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영역이 이 사랑의 세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에 대해서도 그렇고요.


그래도 어떤 나라에서는 이 사랑에 대해 8개 정도의 다른 어휘를 사용하기도 한답니다. 사실은 더 많은 어휘가 필요하죠.


우선 대상에 따른 사랑을 정리하면 이성, 가족, 친구 같은 사람으로 된 대상들이 있죠. 그리고 아름다움, 선, 지혜 같은 추상적인 것에 대한 것이 있습니다. 신에 대한 사랑도 있죠. 가족에 대한 사랑이라도 모성애 부성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자녀의 부모에 대한 사랑은 성질이 다른 것일 수 있고 동기간에 대한 것도 그럴 텐데 일단 그리스어로는 모성애를 중심으로 한 스트로게라는 단어를 쓴다고 합니다. 우정은 필리아, 그런데 필하모니 필로소피라는 단어를 보면 이 필리아를 꼭 친구 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친근함이나 애착을 나타내는 어휘로도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이성에 대한 사랑이 에로스인데 대중적으로는 가장 많이 사용되죠. 그리고 대상을 가리지 않고 원칙에 근거한 사랑이라는 의미에서 아가페를 쓰죠. 가장 분화의 필요성이 많은 어휘이죠. 예를 들어 돈에 대한 사랑, 쾌락에 대한 사랑이라고 할 때도 아가페를 쓰고 신에 대한 사랑, 지혜에 대한 사랑도 아가페를 사용하죠. 신이 피조물에 대한 갖는 사랑과 인간이 신에 대해 갖는 사랑이 성격이 다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언어의 미분화로 아가페를 쓸 수밖에 없죠.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이란 꽃이나 자연, 음악과 같이 아름다운 대상에 대한 사랑을 의미할 수 있고 추상적인 미에 대한 높은 의식의 사랑을 의미할 수 있죠. 그다음 단계가 도덕적인 이름다움인 선에 대한 사랑이 있죠. 악을 미워하고 선을 사랑하라는 성서의 반복적인 요구가 있고 진선미 할 때의 선이란 인간이 천성적으로 추구하게 되어 있는 것이기도 하죠. 의에 대한 사랑도 물론 이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 단계는 지혜 혹은 진리에 대한 사랑이죠. 부처도 나로 하여금 진리를 깨닫게 해 준다면 기꺼이 목숨을 바치겠다고 하였다고 하죠.


창조주에 대한 사랑은 가장 고차원적이라 할 수 있어서 나 같은 미천한 인간이 어떻게 감히 라고 할 수 있는 그런 것인데 아무튼 그런 것이 있다는 정도로만 언급합니다.


에로스를 중심으로 한 사랑을 살펴보면 사실은 사랑이 아니라 욕정, 과도한 혹은 독점적이거나 배타적인 혹은 병적인 집착이나 소유욕을 사랑이라 표현하는 경우가 많죠. 꼭 이성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서 그럴 수 있죠. 사랑은 감정적인 것이 있고 원칙적이거나 이념적인 것이 있고 일시적이거나 지속적이거나 영원한 것이 있죠.


사랑의 개념이 이렇게 혼란스럽기 때문에 정의도 쉽지 않은데 볼테르 같은 사람은 "마음이 가려운데 긁지는 못하는 상황"이라고 독특하게 정의하는데 저도 누군가에게 사랑을 표현할 때 "내가 지금 마음이 너무너무 가려운데 긁지를 못해 미치겠어"라고 하기도 하죠.


성서에 다윗의 아들인 암논은 그의 배다른 누이이고 압살롬의 친동생인 다말에 대한 사랑, 실제는 큰 욕정을 품고 있다가 그녀를 겁탈한 후에는 미워하게 되었죠. 그녀는 울면서 그의 친오빠인 압살롬에게 달려갔죠. 일부다처가 일반화된 고대에는 특히 족장이나 왕가인 경우 친오빠가 아버지 역할을 대신한 경우가 많았죠. 물론 압살롬에겐 다말은 애지중지하는 누이였을 것입니다. 음 네가 내 누이의 인생을 이렇게 망쳐놨다 이거지 넌 목숨으로 그 대가를 치러야 해 하고 결심한 후 결국 죽였죠. 압살롬은 권력에 대한 강한 사랑 즉 욕망 혹은 집착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의 아버지 다윗에 대한 사랑을 훨씬 능가하여 그를 죽이고 왕좌를 차지하려 했죠. 결국은 죽임을 당했는데 다윗은 몸씨 슬퍼했죠.


솔로몬은 술람미 처녀를 사랑했는데 그녀는 한 목동을 사랑하고 있었죠. 솔로몬은 이를 시로 썼는데 그것이 아가서 곧 솔로몬의 사랑의 노래이죠, 솔로몬이 젊었을 때 쓴 책이죠. 물론 영감 받은 진리의 사상이 들어 있죠. 술람미 처녀에게는 여러 오빠가 있었죠. 그 오빠들은 네가 아무나 밀어서 열리는 문과 같다면 우리가 빗장을 칠 것이라고 하죠. 술람미 처녀는 오빠들 걱정 마 나는 그 점에 있어서 견고한 성벽과 같거든이라고 대답해서 안심을 시키죠. 가족에 대한 스트로게 사랑을 엿볼 수 있죠.


창조주는 솔로몬을 사랑해서 그에게 많은 축복을 베풀었죠. 그는 젊었을 때 아가서를, 좀 나이가 들어 잠언을, 그리고 노년에 전도서를 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도서는 제가 가장 많이 읽은 책이죠. 그런데 그는 창조주가 하지 말라고 한 이방여인들과 결혼했죠. "여보 이것은 제가 우리나라에서 섬기던 신인데 당신도 절하세요"라고 했을 때 그는 꼼짝없이 그렇게 하고 말았습니다. 그는 솔로몬의 사랑의 노래책에 즉 아가서에 사랑은 죽음처럼 강하고 무덤처럼 집요하다고 썼죠. 그래서 그런지 그는 하느님께 미움을 받아 죽을 수 있는 위험도 무릅쓰고 애인의 말을 따랐죠. 무덤은 아무리 힘이 세건, 젊건, 건강하건 끝까지 따라가서 죽이고 그 속으로 집어넣죠. 대장금이라는 드라마에서도 장금이 제주도로 관비로 가자 그 애인이 관직도 버리고 제주도로 가죠. 무엇보다 사랑에 집요한 것이죠.


사랑 역시 일종에 의식에서 생기는 파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식 전광판을 보는 사람들의 눈을 통해 그 마음에 탐심파가 요동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죠.


인생은 사랑할 수 있는 그리고 사랑해야 하는 모든 것에 사랑을 넓혀 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의식 안에 있는 사랑을 바다와 같이 큰 것이 되게 하여 어떤 경우는 고요하고 잔잔한 물결과 같은 파동이, 어떤 경우에는 산도 삼킬만한 해일과 같은 큰 파동도 칠 수 있게 해야죠. 특정한 대상이나 성질을 가진 한정된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이 사랑으로 항상 의식에서 필요에 맞는 사랑이 파동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될 필요가 있죠. 잠잠히 눈을 감고서도 자신의 내면에 이러한 사랑이 상시 파동치고 있음을 느끼는 사람은 그 사람 자체를 최상의 행복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가서에 사랑은 야(여호와)의 불꽃과 같다고 하죠. 우주 전체를 형언할 수 없는 그런 아름다움과 밝음으로 가득 채울 수 있는 그런 불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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