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럼 소는 누가 키우나
그저께 월급을 받았지만 반갑게 인사조차 못하고 스쳐지나가는 피땀 같은 내 돈. 23일 공무원 시험감독을 자청한 이유도 오로지 경제적인 때문이었다.
내 어릴 적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 “요즘 안 오른 것이 없어. 죄다 올랐어.” 라는 말이었는데, 언론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늘상 듣는 말이다보니 신선한 면은 없지만 그 말의 힘은 자못 컸다. 솔직히 장보기가 무서워졌다. 그렇다고 사람이 의식주를 유지하려면 어느 정도 소비는 필수인데 그 ‘어느 정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정말 골칫거리가 되었다.
아침을 먹고 11시 50분까지 해당 중학교에 갔다. 내가 맡은 반은 20명 정원에 9명은 결시생이고 11명만 시험을 보게 되었다. 지난 9급 감독할 적에는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는데, 이번 7급 시험 감독을 할 때는 차가운 한기가 느껴졌다.
1교시와 2교시로 나뉜 시험 시간표를 보며 감독관 주의사항을 읽고 또 읽었다. 한 사람의 일년농사가 걸린 상황인만큼 내 행동, 말 한마디가 조심스러워졌다. 시험을 푸는 수험생의 모습은 자못 진지하다. 문제책 넘어가는 소리가 마치 무사가 정성스레 칼을 갈 때 나는 서늘한 바람소리 같다. 그런데 밖에는 매미가 뜨거운 여름 파티를 즐기는 듯 쉴 새 없이 노래를 부른다. 어떤 수험생이 문을 닫아달라 요청하면 닫을텐데 모두 시험에 열정하는지 통 관심이 없어 보였다.
요즘 공무원 인기가 시들해졌다고 말한다. 공무원시험주관인 인사혁신처에서는 2030세대의 인구가 감소하였고, 공무원 연금 개편이 되어 퇴직후 연금수령액이 감소하였고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있어 그런 것이 아닌가 파악한다고 말한다.
그것도 일리가 있긴 하지만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1. 수직적 보수적 조직문화
- MZ세대가 무작정 받아들이기 어렵다
2. 최저임금 수준인 급여
- 공무원의 유일한(?) 장점인 ‘고용안정’이 다른 부문까지 커버하지 못한다
3. 급여에 비해 보기보다 센 업무강도
- 특별민원인(소위 ‘진상’)을 만나면 영혼이 탈탈탈 털릴 수가 있다
4. 일한만큼의 보상?
- 민간기업에 해당하는 보상(급여, 복지, 승진 등)을 마련하기 어렵다
5. 일과 삶의 양립?
- 예를 들어, 실업급여를 담당하는 분은 야근을 밥 먹듯 하는 게 현실이다
사실 내가 이런 말을 쓰면서도 넋두리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점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면 될 터이다.
요즘 MZ세대는 일한만큼의 보상을 원하고, 그 보상절차와 내용이 공정하고 객관적이길 원한다. 또한 일과 삶의 양립인 워라밸을 철저히 지키고 싶어한다. 그리고 일하는 조직이 수평적인 조직문화로 운영되길 바란다. 하지만 만약 이런 자기만의 기준이 충족되지 않으면 냉정하게 돌아서는 세대이기도 한 것 같다. 이럴 때 공무원들은 스스로 그만둔다는 ‘의원면직’을 신청하게 되는 것이다.
‘너 말고 공무원 하고 싶은 사람 많아.’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뭐’
‘이런 것도 못 견디면 어디서 뭘 할 수 있겠어?’
이렇게 말하고 싶은 분들도 있을 것이다.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 불쾌한 경험을 했을 경우, 업무차 방문했는데 앞자리 공무원은 정신없이 분주한데 뒷자리 높은 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딴짓하는 모습 등을 봤다면 충분히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고 본다.
하지만 대다수 말단 직원들은 최선을 다해 업무를 처리하려고 노력한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부양하는 가족을 위해 그리고 방문하는 신청인을 위해 묵묵히 자신이 맡은 일을 완벽하게 해내려고 있는 힘을 쥐어 짜낸다.
요즘처럼 공무원 인기가 떨어지고 그만두는 사람이 많은 이때, 개그맨 박영진 씨는 ‘그러면 소는 누가 키워?’라고 우스개 소리를 할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많은 국민들은 잘 모르겠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 여물을 새벽부터 밤까지 끊기지 않게 주는 사람은 결코 없어지지 않으리만 점이다. 우리 민족이 어떤 민족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