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 이야기인가요?
오늘은 비가 많이 온다. 지금도 오고 일기 예보를 보니 하루종일 온다고 해서 아침에 운동화 대신 샌달을 신고, 바지는 가방에 챙기고 대신 반바지를 입고 집을 나섰다.
버스를 타니 땀냄새, 우산 냄새, 향수 냄새 등이 코를 찌른다. 다행히 자리를 잡아서 두 눈을 감고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는데 어느새 도착할 시간이 되었다. 하차를 하니 버스정류장은 완전 아수라장이다.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데 사람들이 도무지 움직이질 않는다 마치 거대한 주차장인양.
컴퓨터를 켜고 메일 등을 확인하고 업무관련 사이트를 열고 OTP 비밀번호 입력 등 9시에 올 민원인 응대 준비를 했다. 우리부 업무 포털 사이트에 ‘백인백색’이라는 코너가 있어서 고용 혹은 근로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또는 공무직 분들이 여러 글을 올리는 곳이 있는데, 오늘 자로 ‘신고사건 근로감독관 비애’라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요약해서 말하자면 이렇다.
- 사건수에 치이고 진상 민원의 일선에서 앞장서서 처리하는 감독관의 비애
- 근평에서 타과에 밀리면서 몸과 마음의 병도 얻는 감독관
- 열심히 일해봤자 보람도 없고 삶의 질만 하락하고 이래서 모든 직원이 기피하는 업무
- 기피하게 되니 악의 순환이 계속 이어지고 참 거지같고 아름답다
- 오랫동안 신고사건 잘 처리하는 베터랑 감독관님, 정말 존경스럽다
글을 읽다가 ‘참 거지같고 아름답다’라는 표현에 눈길이 계속 갔다. 직장인이든 자영업자든 프리랜서든 공무원이든 공무직이든 아니 아르바이트든 일용직이든 근로를 하면서 그 대가로 돈을 받는 사람들은 모두 이 말을 이해하리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점이 거지 같고 어쩐 점이 아름다울까? 묵은지처럼 묵혔다 꺼낸 생각이 아닌 마구잡이로 생각나는 대로 꺼내 보니까 이렇게 글이 써진다.
질문 1. 일을 하면서 나는 무엇이 거지 같을까?
- 방문 목적도 모르고 직원에게 무작정 들이댈 때
- 본인의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직원상대로 화풀이할 때
- 구직의사나 능력이 없이 무슨 무슨 수당만 받으려고 할 때
- 본인의 의지나 노력 없이 구직을 직원에게만 의지하려고 할 때
질문 2. 일을 하면서 나는 무엇이 아름다울까?
- 방문 목적을 분명히 설명하면서 국가의 도움 여부를 확인할 때
- 직원이 요청한 관련 신청서 등 구비서류를 성실히 준비했을 때
- 일을 마치고 수고했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 주고 가실 때
- 직원의 설명을 경청하고 모르는 부분은 그냥 넘어가지 않고 다시 물을 때
오늘 날씨 참 거지같고 아름답다.
옷이 젖어 축축하니 그 느낌이 참으로 거지같고, 빗물이 내린 거리는 어제의 먼지까지 휩쓸고 지나가 상쾌한 느낌이 드니 정말로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팀 접수창구 앞에 붙여 놓은 문구를 소개하면서 글을 맺고자 한다.
“고용센터 직원은 실업급여, 취업지원 등의 고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폭언, 폭행 등을 하는 경우 관련 법에 의해 조치될 수 있으니, 자제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