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우리네 민원인

대부분 공무원들은 열심히 일해요

by 노랑무늬영원

늘 하듯이 민원인이 오고 업무처리하고 또 다른 분이 오시고 그런 일의 반복이다.

점심시간이 30분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 부서는 민원인의 편의를 생각하여 점심시간을 나누어 먹고 온다. 어느 시간 대에 민원인이 몰리느냐 마냐는 그냥 복불복이다.


내 점심시간 되기 15분전, 한 20대 초반 민원인이 오셨다. 말을 들어보니 우리팀 업무가 아니었다. 넓게 보면 우리 센터 업무이긴 하지만 접수 자체는 접수팀이 아닌 구청에서 의뢰하는 업무라서 속으로 내심 티나지 않게 표정을 유지했다. 업무 중에 간간이 나오는 잠시 쉬어가는 부분이라 그랬다. 그런데 이분 표정이 자못 심각하다. 구청으로 가서 업무를 처리할 분이 분명한데 이분은 지난주에 이미 그곳에 가서 알아보고 오셨다는 것이다. 구청 1층에서, 3층으로, 다시 5층으로 옮겨가며 업무를 보려고 했건만 그곳에서는 우리 쪽으로 안내했다는 것이다.


우선 짜증이 났다. 첫 번째 이유는 민원을 이리저리 옮겨가게 했으면서도 올바른 안내가 되지 않아서 그랬고, 두 번째 이유는 점심시간 시작에 맞추어 이 업무를 마무리할 수 있을까 확신이 들지 않아서였다. 그런데 내 짜증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그 민원인은 그간 상황을 다 설명한 후 지쳤는지 의자에 힘없이 앉아 있었다.


나도 다른 관공서에 가면 다 같은 민원인인데, 이분의 기분을 헤아려보니 나보다 더 짜증이 났을 거란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외부 인터넷으로 구청사이트 조직도에 들어가 담당 직원을 찾아 보았다. 이분이 만나야 할 직원분의 업무내용이 뜨지 않아서 가장 근접한 업무를 우선 찾고 전화를 해서 그간의 사정을 얘기하고 담당자분 이름과 연락처를 얻었다.


민원인은 분노의 눈이 아닌 내가 왜 이리저리 동네북이 되어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나 하는 억울한 눈빛을 난 볼 수 있었다. 내 친구가 그런 대접을 받았다면, 내 딸이 그런 상황에 처해 있다면 “무슨 공무원이 일을 그따위로 해? 그러니 항상 국민에게 욕 얻어먹는 거지.”하며 길길이 날뛸게 분명했다.


유난히 커다란 눈을 가진 그 민원인은 두 눈이 벌개지고 곧 눈물이 흐를 지경이라 난 그분의 마음을 안정시키고자 천천히 그리고 친절하게 안내하고자 노력하였다. 우울할 때는 초콜릿이 도움이 된다는 말이 퍼뜩 스치고 지나가자 서랍 안에 잠자고 있던 작은 초콜릿을 민원인 신분증을 돌려 들릴 때 살며시 민원인 손에 놓아주었다.

아직은 많은 민원인을 만났다고 자부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민원인은 그냥 거리를 지나치다 마주치는 듯한 선량한 사람들이다. 이런 분들이 공적기관에 방문할 때 경험한 나쁜 기억들이 모이고 모여 절대적 기준이 될 공산이 크고, 직접 경험한 작은 선례가 모여 딱딱한 일반화가 되어 결국 하나의 법칙으로 귀결되는 것 같다. “공무원들이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


내가 그분에게 초콜릿을 건넨 이유는 간단하다. 달달한 거 먹으면서 다운된 기분 좀 풀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하나이고, 또 다른 이유는 이 세상에 그리 못된 공무원만 있지 않다는 생각을 좀 해 주십사하는 작은 소망 때문이었다. 그분이 터벅터벅 힘없이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구청에 가서 이번에는 확실히 원하는 업무를 끝내기를 바랐다. 그게 먼저고 초콜릿은 나중의 일이다.


나도 마음을 다시 가다듬고 오늘 점심 메뉴는 뭘까 은근히 기대를 하며 식당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 점심시간은 일 초 일 초가 너무나 나에게 소중했기에. 하지만 오늘 점심 밥맛은 평소보다 덜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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