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간이역에 코스모스로 피고
최종합격을 한 후에 코로나로 인해 집체교육 대신 직무에 대한 zoom 교육이 이뤄졌다. 늦은 나이에 입직을 하는 만큼 누구보다도 열심히 해서 흠도 안 잡히고 제법 괜찮은 신입이 들어왔다는 인정도 받고 싶어서 컴퓨터 앞에 집중을 하였다. 하지만 상호작용이 거의 없는 zoom 교육은 너무 낯설었고(zoom 교육은 난생 처음이었다) 처음 접하는 실무용어는 하루가 지날수록 자신감을 떨어뜨리기에 충분했다.
‘난 왜 공무원이 되려고 했을까?’ 자문해 보았다. 과거 면접준비할 때 흔하지만 대답하기 곤란한 단골 질문이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습니까?’였을 텐데, 공무원 면접책에도 필수 준비항목으로 나와 있었다.
아닌 말로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적 직업이라서요. 즉 ‘철밥통’이라서요.
저녁있는 삶을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에요. 즉 ‘워라밸’ 최적화 직업이라서요.
민간기업에는 없는 다양한 복지혜택때문에요. 즉 ‘대기업 대안’으로서요.
너무 평범한 능력이라서 공무원이라도 하려고요. 즉 ‘무난한 직업’이라서요.
금수저가 아닌 이상 그나마 공정한 시험이 이거라서요. 즉 왕년에 ‘공부’ 좀 해서요.
부모님이 아직은 이만한 직업은 없다고 해서요. 즉 하락세지만 아직은 ‘뽀다구’ 나서요.
누가 이런 대답을 하겠는가? 하지만 그 반대로 이런 대답도 못 할 것이 뻔하다.
저는 민족중흥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기 때문이지요.
일반 국민을 위한 봉사자가 되기 위해 선택했어요.
사기업의 이윤추구보다는 국가적 공익추구가 우선이기 때문이지요.
기타 등등
내가 시험 준비를 하면서 ‘내가 왜 공무원을 선택했나?’ 수없이 질문을 던졌다. 그 대답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나 자신을 설득하고 동기부여가 되어야만 그 힘든 슬럼프가 와도 헤쳐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국가직 9급 합격자 총 5,629명 중 50세 이상이 48명으로 0.9%라고 한다. 그중에 한 명이라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대신 그 48명에게 “여러분은 왜 공무원을 택하셨어요?”라고 묻고 싶다. 난 48가지 답이 나오리라 감히 말하고 싶다. 50세가 되도록 다른 지역, 환경, 직업, 생활, 가치관 등이 그들의 삶을 지배하고 그 어떤 이유로 공부를 했을 텐데, 마치 혈액형 유형처럼 일반화하기엔 그들의 인생은 순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깐부가 되어야만 알 수 있는 그 속내를 공식적인 면접에서 말할리도 없고, ○○친구에게 조차도 건네기 힘든 상황이 있음을 짐작할 따름이다.
다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인생의 이모작에서 ‘공무원’을 택한 만큼 절실하게 공부했고, 그 선택이 어긋나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하려는 마음가짐이 있다는 것이다. 젊었을 때의 ‘절실함’과 나이가 들어 ‘절실함’은 약간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전자가 그 무언가를 해냄으로써 여러 전리품의 하나를 자신을 위해 도전한다고 하면, 후자는 가족을 위해 아니면 이 땅에 홀로 남겨진 자신을 위해 후회 없는 열정을 토해내는 거라 말하고 싶다. 물론 양쪽의 절대값과 가치는 동일하다.
오늘 업무에 허덕이고 날선 민원인에게 치이는 순간 숨돌릴 시간에 나직이 생각해 본다.
‘나는 왜 공무원을 선택한 것일까?’
그리고 퇴근길에 흥얼거려본다 마스크 안에서 투명하게 퍼지는 멜로디.
“슬픔은 간이역의 코스모스로 피고
스쳐 불어온 넌 향긋한 바람
나 이제 뭉게구름 위에 성을 짓고
널 향해 창을 내리 바람 드는 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