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동기 한 명 사라지다

- 앞날에 행복이 깃들길 바라며

by 노랑무늬영원

며칠 전 퇴근 시간이 10여 분 남았을 때였다. 내 자리 뒤편에 동기 한 명이 복사기에 있어서 말을 걸었는데 할 말이 있다면서 지금은 퇴근 언저리가 말하기 뭐하고 나에게 내일 말해 준다고 하기에 그러세요하고 대화가 끊어졌다.


다음 날 내 점심시간 교대 전에 그분이 내 자리로 와서 말을 건다. 7월 하순에 그만둘 예정이라고 해서 순간 깜짝 놀랐다. 처음부터 이 일을 할 때부터 자신에게 맞는 것인지, 아닌 것인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그만두기로 했다는 것이다.


작년에 같이 입직한 동기가 한 15명 정도인데, 그만두는 동기가 이제 생긴 것이다. 국가직이라 앞으로 정기적 또는 주기적으로 이런저런 이유로 해서 자리이동(배치)이 있으면 못 볼 상황이 생길 테지만, 이렇게 의원면직을 하는 동기가 처음이라 약간 충격적이었다.


사실, 올 봄부터 표정도 안 좋고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모두들 처음 하는 업무라 성장통의 일환이겠거니 체력이 좀 안 따라서 힘든 것이라 나름 생각은 했지만 본인은 수백 번 넘게 고민을 했을 것이다.

이 동기분은 나에게 업무적이든 아니든 많은 도움을 주었다. 내가 나이가 많아 쭈삣쭈삣 뭐 물어보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먼저 다가와 도움을 주기도 했으며, 항상 밝은 미소를 나를 반겨준 고마운 분이기도 하다.

왜 그만두었냐는 물어보지 않았다. 개인적 문제는 굳이 내가 먼저 물어보지 않는 게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서였다. 처음 그 업무를 맡았을 때부터 이런 고민을 했다고 하니 그간 보여준 밝은 미소 뒤에 그간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한 게 아닐 거라 예상할 뿐이다.


내가 그만두면 갈 곳이 있냐고 물어보았다. 무작정 그만두기보다는 어디라도 정해진 곳이 있으면 좋을 거라 생각해서 물었는데, 올 하반기에 결혼하고 개인적으로 뭐 배우고 싶은 것도 있다고 한다. 난 나이가 많아서 뭐 배우기 힘들다고 하니, 웃으며 ‘아직 젊어요!!!’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순간 부끄럽기도 하고 그 말이 정말 고마웠다. (여전히 새로운 도전에 미숙한 나를 들킨 것 같아 민망하기도 했다.)


좀 있으면 9월에 추석이라 상여금 달인데 결혼할 때 좀 보태면 어떠냐는 말을 꺼내보였다. (공무원 급여가 워낙 짜니 이해해 주시길) 자기도 주위 사람들도 그런 말은 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지금 멈추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덧붙여서 더 이상 권하진 않았다.


며칠 전 지청장님하고 팀장님하고 면담은 마쳤다고 한다. 이미 본인의 확고한 결심이 서서 그런지 윗분들은 다른 말씀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나도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결심을 믿는 것이라고 말해 줬고, OOO 선생님은 무슨 일이든 잘하실 수 있다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그 말은 진심이었고 동시에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난 무척 아쉬웠다. 좋은 동료를 얻는다는 것은 무척 힘들다는 일을 그간의 경험을 통해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두기 전에 동기 모두 모여 고기 먹자고 한다. 낯선 사람을 만나거나 많은 사람이 모인 곳을 꺼리는 나이지만 이번 모임만큼은 꼭 참여하려고 한다.


자, 마지막 한 마디.

OOO 선생님, 그간 수고 많았고요. 무슨 일이든 잘 해낼 거예요. 파이팅!!!


점심때부터 내리던 비는 이제 그쳤고 다시 밝은 햇살이 사무실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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