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 역할 언제, 어디까지?
내년부터 ‘부모급여’ 제도가 신설된다고 한다. 정부는 출산과 양육에 따른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영아기 돌봄을 지원하기 위해 만 0세 자녀를 둔 가구에 매달 최대 70 만 원, 만 1세 아동을 양육하는 가구에 월 35 만 원을 지급한다고 한다. 이에 따른 2023년 부모급여 예산은 1조 6000원을 책정했다.
현재 2021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81명인데, 2020년 대비 0.03명 감소한 수치이고 참고로 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 이하는 한국이 유일하다. (OECD 38개국 합계출산율 1.59명)
*합계출산율: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압축성장에 따른 고질적인 저출산 극복을 위해 그간 정부가 손을 놓은 것은 아니었지만 아직까지 주목할만한 효과가 없는 상태이다. 사실 그간 저출산의 원인을 찾아보면, 취업난에 따른 늦은 성혼(成婚), 수도권 중심의 높은 주거비, 양육 비용의 부담 증가, 성평등의 미진 등 여러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청년세대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 그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저출산 해결책은 30년 넘게 고민한 것이고 앞으로도 대안을 모색해야 할 일이지만, ‘부모급여’ 제도를 본 후에 내 머릿속에 든 생각은 바로 이것이다.
“부모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보통 부모님이라면 아이를 낳고, 학교 보내 교육하게 하고, 장성(長成)한 후 자녀가 결혼을 하게 되면 결혼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네 부모님은 가정형편이 여유가 있으면 여유 있는 대로, 가정환경이 어렵다면 어려운 대로 자녀를 키워냈다.
문제는 예전에 부모가 자식들을 결혼시켜 내보내고, 자기들끼리 잘 산다면 별문제가 없을텐데 요즘 삶이 워낙 팍팍해서 여전히 자식들이 부모의 그늘 밑에 (자의든 타의든) 자리 잡게 된다는 사실이다.
특히, ‘부모급여’의 경우에 마땅히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한 경우 혹은 어디 보내기에는 비용이 부담되어 울며겨자먹기로 자기 집 울타리 안에서 자녀 키우고 싶은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부모 특히 시어머니보다는 친정어머니가 맡아서 아이를 키울 가능성이 많다. 특별히 소일거리가 없거나 자녀의 어려움을 내몰라라 하기 어려워 그 아이를 돌보는 것이다. 그간 돌봄 비용 없이 또는 얼마간 용돈을 드렸는데 내년부터 ‘부모급여’를 받아 보태 드리면 자식들의 (심리적 경제적)부담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기도 할 것이다.
사실 난 이 ‘부모급여’ 제도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오히려 필요한 부분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저출산 요인이 워낙 다양하고 사회문화적 구조적 문제가 뒤엉켜 있는 것이라, 만 0세, 1세에 국한된 돌봄비용 지원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솔직히 시간과 세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제 ‘부모급여’를 부모님의 시각으로 바라보자. 만 0세, 1세 자녀를 둔 자식이 부모에게 아이 돌봄 부탁을 한다면, 인생 후반기 계획이 있는 부모라면 아래와 같이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약간 극단적인 가정이라는 점에 동의한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내 나이 60.
자식이 결혼한 지 몇 년 되었다.
얼마 전에 귀여운 손주도 태어났다.
자식들은 모두 맞벌이.
우리 때는 ‘낳으면 알아서 큰다’라고 했지.
하지만 그땐 맞지만 지금은 달라.
벌이도 시원치 않고 팍팍한 삶에 치인 애가
2년간 손주를 돌보달라고 한다.
내가 부유하게 키우지 못했어도
신혼살림 넉넉히 보태지 못했어도
우리 부부 최선을 다해 너희를 키웠는데...
이제 네 아이까지 맡아야 할 상황이구나.
인생 100세 시대. 지금 내 나이 60세.
소중한 제2의 인생을 챙겨야 할 이 시점에
난 네 자식을 챙겨야 하는구나. 세상이 참 야속하다.
나에게는 네 아버지의 삶, 네 어머니의 삶이 아닌
오로지 나를 위한 인생 후반기 삶이 있는데 고민이 된다.
부모는 무한책임이라는데
그 경계가 어디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난 손주가 하나인데
내 친구는 아들네, 딸네 모두 자기를 쳐다본단다.
그 녀석 종일 속앓이를 하는데, 근데 내 코가 석 자라....
거듭 말씀드리는데, ‘부모급여’ 그 자체에 대한 부정적 내용이 아닌, 그 제도를 활용할 때 파생될 수 있는 중장년층의 제2의 삶에 대해 새로운 변수가 생긴 듯해서 일종의 과장법을 사용해서 글을 쓴다.
내 나이가 50대 초반이다보니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중장년층에 관심이 많아서 생긴 작은 궁금증이라 생각해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