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화 공직 입문 1주년을 맞이하여

- 시간 정말 빠르구나

by 노랑무늬영원

내가 공직에 입문한 지 1년이 되었다.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그래도 내 인생의 방향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1주년을 기념하고 싶다. 3년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하면서 얻은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1년간 나름 무탈하게 지내왔다는 점에서 나에게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다. “너 정말 수고했어!!!”.


오늘은 1년간 공직생활을 하면서 내 일상생활에 바뀐 점을 공유하고 싶다.


➊ 아침 식사 챙기기

민원인을 상대하다 보니 의외로 내 정신적∙육체적 소모가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아침을 건너뛰고 일을 하다보면 힘에 부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아침은 뭐라도 챙겨먹게 되었다. 밥을 못 먹으면 삶은 계란이라도 먹고 그마저 시간이 없다면 사무실 앞에 김밥을 사 먹었다. 점심때까지 버틸 업무 에너지는 정신력이 아니라 밥심임을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소식(小食)이 정답인 것 같다. 밀가루 음식은 이제 몸에 부대끼고 소화가 어렵다. 적게 먹고 야채를 많이 먹는 등 식단관리가 필요한 때다.


➋ 내 일의 소중함 깨닫기


3년을 준비하면서 돈벌이를 제대로 못했다. 그렇다고 그간 살아오면서 알뜰살뜰하게 재산을 모아온 것이 아니라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일단 내가 땀 흘려 일하면서 그 대가로 다달이 받는 월급이 새삼 소중해졌다. 특히나 내 나이 또래 민원인 분이 하소연하는 공통적인 부분중 하나는 ‘나이가 많아서 취업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 사정이 안타까우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친절하고 정중하게 접수를 받는 것뿐이었다. 남의 일 같지 않아서 더 서글펐다. 2024년이면 병장 월급 200만 원과 비교도 안 될 월급이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참 고마운 소득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➌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기

접수를 하면서 여러 부류의 민원인을 만난다.

- 저간의 사정을 말하며 눈물을 훔치는 중장년층

- 당장 소득이 급해 수당을 우선적으로 원하는 우리 이웃

- 자녀가 못 미더워서 억지로 귀를 잡고 끌고오시는 부모님

- 신청할 나이가 지나서 아쉬움에 계속 뒤돌아 보는 어르신

- 구직의지가 두 눈에 이글이글 불타는 구직자/장애인

- 상담(또는 훈련) 시간만 때우면서 수당만 받으려는 신청자

- 코로나 등으로 폐업을 하고 새로 훈련을 받고 싶은 자영업자

- 가계에 보탬이 되고자 일하려는 결혼이민자


차마 여기에 쓸 수는 없는 민원인들. 참으로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 또 다른 유형의 민원인을 만나게 되겠지. 센터로 오는 모든 민원인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면 좋겠고, 공무원이 마냥 놀고(?) 있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➍ 국력은 체력 실감하기


지난 세월 내가 즐겨한 운동은 2가지인데 ‘숨쉬기 운동’과 ‘눈 깜빡거리기’다. 그런데 막상 일하다 보니 체력을 기를 필요를 느꼈다. 11월부터 하루 출퇴근 한 번은 집에서 직장까지 걸어왔는데, 운동 강도를 높이기 위해 올해 5월부터는 출근 및 퇴근 모두 걸어오기로 했다. 그 결심이 제법 단호해서 그 약속을 거의 지킨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실천할 것이다. 내 정년이 얼마 안 남아 ‘공무원 연금’ 혜택은 없겠지만, 운동을 지속해서 앞으로 ‘근육 연금’ 덕을 보고 싶다. 여기서 숨겨진 진실 하나. 운동은 어려서부터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나이 들어서 하면 루틴 세우기도 쉽지 않고 회복도 더딘 것 같다. 하지만 운동이 늦었다고 포기하면 안 된다. 그렇다!!! 후회는 늘 안타깝지만, 그 후회를 통해 새로움을 발견하고 움직여야 한다.

➎ 노후대비 늦었지만 준비하기


몸이 크게 아프기 전에 사소한 신호를 주면서 경고를 하듯이, 노후를 대비하여 이런저런 준비를 하라고 일상생활에서 경고음을 지속적으로 보내주는 것 같다. 나의 재정상태를 확인해 보니 개뿔 없다. 겸손해서 하는 말이 아니고 진짜 내세울 게 없다. 그간 뭐 했냐 싶을 정도로 내 머리를 쥐어박고 싶을 정도다. 그렇다고 평균수명을 늘어나고 은퇴시기는 점점 뒤로 밀릴텐데 이에 대한 대비가 나에게는 필요해서 현재 고민중이다. 관련 자료도 찾아봐야 하고 내 앞길을 걸었던 분의 조언도 구해야 하고 생각해 보니 할 일이 태산이다. 더구나 공무원으로서 박봉인데다가 추가 소득활동에 제약이 많은 만큼 이에 대한 해결책도 나름 세워야 한다. 이런 긴장감이 내가 노후대비가 아직 부족하다는 점을 확인해 주었고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지 시간과 노력 그리고 (필요하다면) 금액을 투자할 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1년간 힘 내온 나에게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며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린다. 아래 사진은 15세기 강희안(1417~1464)의 <고사관수도> 다. 마음을 편하게 하고자 내 책상에 붙은 것인데, 아직까지 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하고 있다. 그 경지가 될 때까지 꾸준히 앞으로 나가길 기원해본다.

강희안의_고사관수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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