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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 May 20. 2024

그렇게 감자는 우리에게 첫사랑이 되었다고 한다..

자~ 지금부터는


신디's 타임~~~


루이뷔통~

샤넬~


수많은 명품샵들을 들르면서 질주하는 그녀~

그리고 그에 비례하여 짙어지는, 나의 다크서클~


그런데, 왜 아이러니하게도 흐렸던 하늘은 점점 다시 화창해지고 있는 것인가? 왜?? 맑은 날씨와 함께 쇼핑을 즐기라는 신의 배려? 은총? 그러나 이는 나에게 고통~


이 와중에 한 가지 일화가 있었다. 루이뷔통 매장이었나? 그 매장에서 이전에 두 곳이나 들렀던 우리는 목이 무척이나 마른 상황이었다. (아니, 일본이나 대한민국에서 일상처럼 보았던 자동판매기나 편의점 하나 없었던 상황은 처음이었고. 식당에서 물을 메뉴에 붙여서 파는 건 정말이지 문화 충격이지 싶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있다면??


빵은 김치나 단무지처럼 기본 옵션으로 제공하면서
왜 물은 기본 옵션이 아닌, 메뉴에 속하는 것인가??


한국에서 어디를 가도 그렇게 흔했던 물이 이곳에서는 멸종이 되어버린 것인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게 여행 내내 날 괴롭혔던 문제였다..)


그런 상황에서 직원 분이 친절하게 웃으면서 물을 권하셨고. 나는 이게 웬 떡이냐??? 하면서 of course~~ 대답하려 했었는데 신디가 그런 나를 말렸다. 그리고는 말하셨다.


노아, 이곳에서는 직원 분이 권하는 물을 받으면 사야 할 수도 있어..


아??? 왜??? 고작 물인데??? 이해를 할 수 없었지만, 외국 경력이 나보다 훨씬 높은 신디 말을 들어야지~ 그러나, 이 일화는 나에게 신선한 문화 충격이어서~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이 나라 사람들은 물을 대체 어떻게 마시는 걸까???


웅진 코웨이? 아리수? 파리에도 정수기는 있을 거 아니야? 그 정수기도 볼 수 없었고. 아리수 같이 파리 센강 물을 마실 수 있는 건 아닌 거 같고.. 이 부분이 너무나 간절히 궁금했다. 여행 내내 물 부족으로 고생했기에..


아무튼 그렇게 찰나의 폭풍 같던 쇼핑이 끝나고 지친 나와 생기 발랄해진 그녀는 점심을 먹기 위해 샹젤리제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평소 같았으면 걷기 전에 목적지를 정해야 했던 우리였으나, 오늘만큼은? 이 시간을 즐기자구~~~


그렇게 걷고 걷다가~ 언제나 그래왔듯이 한 음식점에 이르렀으니~


Pedra Alta~~


였다~~


이 식당이 어떤 곳인지? 어떤 음식을 파는지, 이곳에서 뭘 먹었냐고 물으신다면~~~~ 신디와 나는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거 같다.


모르겠어요~~~
그런데,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이 한마디예요..

최고!!!!!!


가히 최고!!!! 이 식당은 나에게 아주 최고였다.


우선, 문 앞에서 종업원이 우릴 봐주기를 간절히 기다리면서, 슈렉의 "장화 신은 고양이"처럼 최대한 눈 초롱초롱 히 뜨면서 종업원을 향해 바라보면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 열고 들어가려 하면, 종업원이 손가락으로 흔들면서 문 앞에 기다리고 있으라고 한다.. 이 품위와 격식, 오리지널 한국인이었던 나로선 또 다른 문화 충격이었으나 이곳의 룰이었기에~~~


그러나, 맛없으면 알지???? 란 생각으로 가득 마음으로 노려본 채 있었다고 한다~ ㅎㅎ)


그리고 입장~~ 자리에 앉은 우리는 메뉴를 고르고 있었다.

메뉴판을 본 나는


웃으며 바로 신디에게 조용히 메뉴판을 건넸다.


신디는 메뉴판을 신중히 보더니 대충 고기처럼 보이는 거 하나 하고 랍스터 하나 주문했다.


자기야, 이거 이거 주문할까 하는데 괜찮아??


응~~~ 괜찮아~  어차피 하나도 몰라~~~~


내가 아는, 해산물 요리는 제주도 갈치조림에서 끝인걸???


메뉴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던 우리에게 제일 먼저 나온, 파리의 김치와 단무지 같은 존재~~~ 빵이 등장하였고. 그 빵을 먹기 시작했던 나.


맛있어...


웬만한 한국 빵들 저리 가라 할 정도였다. 아... 정말 그리운 빵.. 에펠탑보다도 더 그리운 빵이여...


그렇게 빵을 먹으면서 신디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옆자리에 앉은 동양인 커플을 보았고. 그 커플의 바지단에 걸려있는 스프링 줄과 그 줄에 연결되어 있는 폰을 본 순간. 그리고 그들의 입에서 한국말이 들린 순간.


아, 한국인이구나~


왠지 모를 반가움을 느끼며. 같이 얘기 나누고 싶다는 눈치 게임을 하면서 본 음식을 기다리고 있던 우리~ 그런 우리에게 잠시 후에 모습을 보인 메인 메뉴 등장~~


그리고 그 모습에 나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세상에..... 랍스터에 홍합에 그 밑에는.... 뭐야??? 감자야??????


잠깐, 신디... 뭔가 이상해...


왜 그래 노아???


나는 분명 랍스터를 시켰는데???? 감자튀김이 더 있어!!!!



세상에 마상에~


이스터에그인가??? 계산상 착오인가???

랍스터가 감자튀김을 낳은 것인가...

아니면, 이 요리 컨셉이 감자의 세계에서 서식하는 랍스터를 형상화한 것인가!!!


잠깐, 노아~~~~ 하나 더 있어~~~



사이드 개념으로 주문했던 고기 꼬치 아래에 또 거대한 감자튀김들이


까꿍~~~~


하고 거대한 군단을 이끈 채, 우리와 마주하게 되었으니.


우린 순간,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할수밖에 없었다.


감자튀김 하나 칼로리가 어쩌고, 이걸 다 먹으면 우리 배는 어떻게 되는 거냐부터 오만가지 생각들이 들었지만, 그보다도 근본적인 질문 하나가 우리 앞에서 맴돌고 있었다.


우리, 이거 다 먹을 수 있는 거니??


신디, 이건 우리 자존심의 문제야. 보여줘야 해! 우리의 힘을!!! 위력을!!!


"노아, 이거 원푸드 다이어트 아닐까? ㅋㅋ"


아니야 신디.. 우리 평생 먹을 감자 튀김을 여기서 다 먹는 거 아닐까?? 최후의 감자 만찬 이런거??


"우선 먹자~~"


우선 랍스터부터 먹기 시작하려 한 우리. 그러나, 한 가지 난관에 봉착했으니...


노아, 랍스터는 어떻게 먹는 거야??


응? 그 말, 내가 자기한테 물어보려고 했던 말인데?? 어떻게 먹는 거니??


직원에게 물어봐야 하나?


옆자리에 앉은 한국인 분들에게 물어볼까?


내가 새우나 게는 까봤어도, 랍스터까지는 못 까봤어.. 내 인생에 랍스터는 예정에 없었어~~~~

나에게 랍스터는 연예인이나 내가 가지지 못할 건물 같은 개념이라구~~~~


그러나 우리가 누구인가! 십수년의 먹방 경력을 자랑하는, 자랑스런 먹커플이 아니던가! 한참을 망설이다가 어찌어찌해서 먹... 먹을수 있었다.. 하하하하하 사람은 간절하면 뭐든 해내든 법이니~~ (그런데, 진짜 어떻게 먹는 겁니까?? 랍스터??? 이래서 사람은 배워야 한다니깐..)


랍스터 먹고 나서 홍합 먹고~~ 고기 먹고~~~ 밑에 깔려있는 감자까지 먹는데, 그 음식 하나하나 정말이지..

지중해 바다에 빠져 아름다운 풍경에 듬뿍 적셔져 키스 세례를 받는 기분이었달까?? 내 배를 아주 가득가득 신선함과 풍부함으로 채워주는 그런 느낌이었다. 맛있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만족스러웠던 건, 별로 비싸지 않은 가격에 배부르게 할 정도로 양이 많았다는 점이었다. 한국에서는 결코 상상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우리나라를 살면서, 나는 음식과 그 음식에 해당하는 가격 간 괴리감이 조금 없지는 않다고 느끼는 편인데. 이곳은 오히려 이 정도 양에 이 가격은 너무 싼 거 아니야?? 란 생각이 드게 할 정도로 진정한 가성비인 곳이었다.


동시에 가성비 높은 식당이라고 하기엔, 맛도 있었어서 가격과 양, 질 그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곳이었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이 식당은 나에게 최고의 공간이었다.


다만, 이 식당의 문제점은...


이 감자튀김의 양이 너무 많았다는 거...


그리고 그 감자튀김을 끝내 못 먹고 전부 남겨야 했던 나란 사람...

아니야! 나란 사람이 이 식당의 문제점이라 할 수 있을 거 같다! 메뉴 하나당 감자튀김이 위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나올 줄 누가 알았으랴~~~ 신디도 나도 몰랐다..


신디, 감자가 내 뱃속에서 싹을 틔울 거 같아..

감자 튀김 하나하나 내 뱃속에서 퍼즐을 맞춰가 감자 하나가 완성되는 걸까?

지금 내가 땀을 흘리는 건지 감자를 흘리는 건지 뭔지 모르겠어..


음식들에 압도당해 전의를 상실한 느낌이 드는 듯했다. 아니야. 음식이 아니라 정확히 말하자면, 감자들에 압도당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한바탕 전투를 치른 기분이었다. 세상 모든 쾌락, 감정들이 한순간에 전부 퍼부어진 후, 잔뜩 어루만져지면서 사랑받다가 그 모두,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혼자 남겨진 기분...


그 치열했던 전투의 흔적, 여기 있다~


이 처참한 광경을 보아라... 끝내 저 감자튀김들은 살아남아 자신들을 정복하지 못했던 나를 비웃지 않은가.

그리고 끝내 남은 감자튀김의 여운은 내 뇌리에서 아직까지도 사라지지 않는 첫사랑이 되었으니.


신디, 이 감자튀김 한국에서 계속 생각날 거 같아..


기름지지도 않았고, 바삭바삭했으며 신선했다. 고소했으면서도 담백했다. 감자 본연의 맛이 잘 느껴졌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양이 너무 많았다. 한국에서는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양이었다. 그것도 메인 메뉴가 아니라, 기본 옵션 개념으로 왔던 이 감자튀김.. 지금은 먹을 수 없지만, 싸갈까?? 도 생각할 정도로 너무 아쉬웠다. 아까웠다. 이 감자튀김을 다 먹지 못했던 게 정말 아직까지도 두고두고 천추의 한으로 남았달까...


이 글을 본 당신!!!


언젠가 이 식당에 들르신다면, 생각 잘하고 메뉴 고르시길... 단순히 한국에서 생각하는 기준으로 메뉴를 주문하면 진짜 큰일 나십니다~~ 메뉴마다 딸려오는 감자튀김에 파묻혀~~~ 혼자 남은 감자튀김을 뒤로 한채 떠나야 하는 불멸의 여운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십니다.. (내가 지금도 그 여운에 빠져서, 아직도 그 뒷모습을 잊지 못하고 있고.. 짝사랑 중이고..)


식당을 떠나는 그 직전까지도, 떠나고 나서도 첫사랑처럼 영원히 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 감자튀김들을 뒤로 한채, 신디는 아직도 식당 앞에서 서성거리던 나를 끌고 마레지구로 향하고 있었다..


그렇게 마레지구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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