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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 May 09. 2024

아침의 라라랜드

지난 추억들 전부 기화되어 온 세상 가득했던 그 자취를 감췄을 때,
예전의 나는 그저 사라져 버렸던 그날을 그리고 있었다.
그렇게 새벽 내내 그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의 나는 몰랐었다.

보이지 않는, 중력의 힘으로 짓눌러진 시간에서 새어 나온 그리움. 그 그리움의 끝에 내일의 아침이 펼쳐지고 있었음을.



전날 정신적인 숙취와 피로로 몸져누웠던 나. 그런 내 귓가에서 들려오는, 천진난만하면서도 낭랑한 목소리.


"노아~~~ 빨리 일어나랏~~~!!! 여행 중 잠자는 건 사치라구~~~~~"


아, 신디..


"신디, 지금 몇 시인줄은 아니? 새벽 5시야.. 자긴 숙취도 없는 거니? 어째 내가 숙취가 있는 거 같은데.."


그러나, 그 해맑고도 파릇파릇한 목소리는 점점 생기를 빌드업하더니 축 늘어져 있던 날 일으켜 세우고. 이에 깨어나는 육신과 아직 잠들어있는 영혼 사이의 괴리감에 나는 한동안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신디, 나는 글렀어. 난 버리고 가..


"뭐 하는 거야? 얼른 준비해야지~ 산책하자~~"


이에 나는 그녀를 흐리멍덩하게 보며 말.. 마.. 말하고 싶었다.


미안하지만, 나 저녁형 인간이거든, 신디?!


그리고 몇 분 후..

신디 따라 새벽 파리 거리를 헤메이는 나. 우리나라 기준으로 생각해서 모자에 반팔, 긴바지 입고 갔었는데... 세상에나.. 무지 추웠다. 한기가 그냥 내 모공 하나하나를 강타하는 느낌이었달까? 스르륵 내 몸 전부 감싸 안은채, 입김을 내뿜는 듯하다가 훅훅 바람을 불어대는데 정신이 바짝 차리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반면, 신디는 초록 원피스에 검은 재킷을 입고 있었는데... 신디의 재킷을 보며 순간 오만가지 생각을 했던 나란 사람.. (미.. 미안해 신디... 허허.. )


새벽의 파리 거리는 서늘했고 한산했다. 마치 밤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어두웠기도 했다. 한국이었다면, 편의점들이 군데군데 보였을 텐데, 파리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다. 문을 연 상점들도 없었고. 아침에 가까워지기 시작했을 때, 하나하나씩 카페 사장님들이 카페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카페에서 아침을 먹기로 한 우리는 카페 오픈이 시작될 때까지 걸었다. 걸으면서 둘이서 영화 "라라랜드"를 찍으면서 아주 알콩달콩 놀았더랬다~


"city of stars~~"


신디가 넓은 광장에서 두 팔을 벌린 채 빙그르르 돌다가 날 향해 바라보면서 양 손으로 브이를 해보였다. 그리고 그녀는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나 이쁜가영~~"


이쁘지~~~ 샤랄라라~~~ 파리에서 자기가 제일로 이쁘다~~~


...


( 그래 이때가 좋았..지.. 이때의 순수함이 지금도.. 있.. 있나? 있겠지..? 있을거야~ 그.. 그렇지 신디?)


흠흠.. 아무튼~


아침의 시작과 함께 여러 카페들이 문을 열었을 때, 우린 돌아다니면서 좀 괜찮아 보이는 카페를 찾기 시작했고, 여러 카페들 중 한 곳을 찾았으니~ 이곳이었다.


CAFE BLANC~~~


이 카페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지만, 우리의 직감은 여기가 괜찮을 거라 말하고 있었기에! 언제나 그래왔듯이 우리의 본능적인 직감만을 믿고 들어갔다. 항상 우린 즉흥적으로 선택해야 좋은 결과가 있었으니~ 그리고 그 카페에서 간단한 빵과 계란?을 주문했고. 주스와 무슨 핫초코? 도 주문했다.


먼저 빵과 음료가 나와서 사진 찍어주고~


뒤이어 다른 주문했던 음식도 나와서 다시 찍어주었다~ 당시 배고팠던 나로선 나오는 대로 먹었었지만, 먹고 보니 빵과 계란을 같이 먹었으면 어땠을까? 란 생각이 뒤늦게 들고 후회하는 나였다.. 하하 참.. 왜 이런 생각은 항상 뒤늦게서야 하게 되는 것인가.. 그 와중에 바게트 빵은 마치 단무지같이 기본 반찬처럼 와서 엄청 좋았던 나였다~ 그러고 보면 파리 와서 빵 하나는 정말 많이 먹었지 싶다. 어딜 가도 빵이었고, 만만한 게 빵이었으며 맛있는 것도 빵,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도 빵. 여기도 빵~ 저기도 빵~~ 빵빵~~


그런데, 정작 필요했던 물은 없었다는 게.. 함정.. 마치 제주도나 일본 날씨처럼, 여행 내내 더웠던 지라 나로선 물이 가장 필요했었는데, 물은 그들의 기본 옵션에 없었다는 사실이 나로선 충격이었다. 메뉴에 물이 있었다는 게 그저.. 파리가 물이 부족한가? 아니면 우리나라가 유난히 물에 관대한 건가? 혼란스러웠고 신선한 충격이었다.


마치, 물이 권력의 수단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어쨌든 아침부터 잔뜩 먹은 우리는 오늘의 여행을 시작했다. 오늘의 여행 일정의 첫 번째는 오페라 가르니에였다. 그 실내가 궁금했던 신디는 그곳에 꼭 가보고 싶다 하였고. 그래서 미리 준비해 둔 뮤지엄 패스로 갈 생각에 엄청 설레했었다.


하늘이 흐리긴 했지만? 어떠하랴~ 오페라 가르니에인데~~~

버스 타고, 도착한 그곳~~~



도착하자마자 우리 눈에 보인 건 긴 줄을 서있은 사람들이었고. 얼마나 대단하길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서있을까? 싶어 기대감에 가득한 채 기나긴 줄 끝에 선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인가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 속닥속닥 거리는 소리와 함께 이탈하는 사람들이 보이면서, 뭔 상황인가? 싶어 심장 철렁임을 느꼈었는데. 뭘 모르는 내가 봐도, 뭔가 잘못되었구나를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었다. 이에 신디가 바로 안내 요원들과 줄 서있는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보았더니 생각지도 못한 문제를 마주하고 말았다...


순탄대로만 걸을 줄 알았던 우리의 앞에 놓인 처음인, 처음이 아닌, 처음 같은 첫 시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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